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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남팬들: 소신을 밝힌 여성을 해고하다

11월 1일, <데스티니 차일드>의 일부 일러스트가 교체되었다. 그리고 더욱 많은 일러스트가 교체될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가 스스로의 소신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송미나 작가는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다. 그런데 해당 작가가 그린 캐릭터 ‘이시스’를 교체해달라는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작가가 지난 10월 31일 개인 SNS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데 이어, 직접 자신의 일러스트를 공개 한 직후였다.

“국내 작업 하시는 지인한테 ‘님은 메갈 안 하시죠? 다행이다.’라고 사상검증 하고 다니는거 개웃겼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언어폭력 정의된 단어로 쓰이는 ‘메갈이냐’라고 쳐 때려 놓고 ‘그럼 넌 한남충이냐’하면 부들부들하는 꼴이라니’.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 후원 티셔츠 인증을 했다는 이유로 성우 교체를 당하자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이들의 발언이 있었다. 송미나 작가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는 김자연 성우의 티셔츠 인증에는 잘못이 없으며, 자신 역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송미나 작가의 이름이 나무위키의 ‘메갈 지지 작가’ 리스트에 올랐다. 그 이후 송 작가는 트위터의 다이렉트 메세지를 통해 그의 그림을 찢어 놓은 사진 등을 받아야만 했다.

이후로도 분노한 남팬들은 꼬투리 하나만 잡히라는 태도로 그의 발언을 지켜봐 왔다. 그리고 송미나 작가를 ‘단죄’할 기회를 노리던 ‘분노한남팬들’은 그의 발언 직후부터 <데스티니 차일드>의 개발 및 유통사 넥스트플로어에 송미나 작가의 일러스트를 교체하라는 항의를 넣기 시작했다.

그러니 송미나 작가가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마자 캡쳐하여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 퍼뜨린 것도, ‘메갈’이라고 낙인 찍어 게임 제작사에 일러스트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도 그가 정말로 ‘메갈리아’ 사이트를 옹호하기 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송미나 작가가 한 일은 SNS에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 뿐인데 말이다.

이처럼 ‘메갈’ 작가의 교체를 원하는 ‘분노한남팬들’은 메갈리아 사이트의 유해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남혐을 조장한다,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하기만 해도 특정 리스트에 오르고, 메갈로 몰린 일러스트레이터가 결국 계약이 해지되기까지 하는 이런 상황에서 정말 위협적인 것은 그들이 말하는 ‘메갈’이나 ‘과격한 페미니즘’이 아니다. 오히려 생계와 직결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수많은 여성이다.

‘너 메갈이지?’는 이제 김치녀라는 단어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한국의 여성을 향한 새로운 언어폭력이다. 송미나 작가의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말마따나 ‘페미니즘 발언으로 남성들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이다. 

2016.11.02 18:06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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