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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카테고리의 인기 기사

외롭지 않은 SF 읽기 1. <관내분실>

해망재

SF(Science Fiction)는 남성이 쓰고, 읽고, 향유하는 남성의 장르일까? 아니다! 여성이 쓰고, 여성이 읽고, 여성이 향유한다. 어떤 작가의 어떤 이야기를 오늘은 읽어 볼까, 외롭게 덕질하던 SF 팬들에게 좋은 SF를 골라 추천한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은 SF를 읽고 쓰는 사람들에게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되었다. 일단 “섹스 로봇 이야기가 너무 흔하게 등장한다.(중략) 예심 기간 동안 응모작의 절반을 넘어선다.(중략) ‘로봇은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원칙과 ‘여성형 섹스 로봇’이 결합할 경우, 얼마나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보시기 바란다.”는 배명훈 작가의 심사평이 주목을 받았다.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한 신예 김초엽 작가의 충격적인 등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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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1 - 그녀가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신나리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그녀가 일어났다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나는 온종일 넘어진 의자를 맴돌았다 일어선 그녀는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나는 온종일 그녀를 바라보며 맴돌고 있었다 (햇볕이 따가운 5월의 피렌체 공항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흰 벽에 기대어 선 그녀의 목걸이는 빛나고 또 다른 사랑을 위하여 그녀의 목걸이는 이륙을 준비한다 피레네 산맥을 자동차로 넘어온 나 또한 다음 차례로 지상을 떠나지만, 묻지 않는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나는 온종일 넘어진 의자를 맴돌았다 일어선 그녀는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나는 맴도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종일 맴돌고 있었다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구름은 내게 내 사랑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 박상순, <내 가슴 속에서 지구는 돌고>, 『Love Adagio』, 민음사, 2004, 32-33쪽. <그녀가 내 의자를 넘어뜨렸다.> 2017년의 다이어리 첫 번째 장에는 한 해의 다짐이 호기롭게 적혀 있다. “1. 휘둘리지 말자. 2. 당황해도 침착하게!” 달이 넘어갈 때마다, 혹시나 잊을까 하여 1월의 페이지로 넘어가 다짐들을 가슴 속에 새기곤 했다. 그러나 올 한 해는 기록할 만큼 타인에 휘둘렸고 마음 운영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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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 시 읽기 1. 실비아 플라스, <아빠>

[웹진 쪽] 희음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페미의 시 읽기>의 대문을 처음 열어줄 작품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아빠>예요. 사실 '실비아 플라스' 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 치열한 시 쓰기를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시인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합니다. 플라스는 두 아이가 다음 날 먹을 아침을 넉넉하게 챙겨놓고, 아이들 방으로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접착테이프로 문틈을 꼼꼼히 봉한 뒤, 오븐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에 의해 천천히 질식되어 죽어갔다고 해요. 플라스의 자살과 관련된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들자면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테드 휴즈)을 꼽을 수 있을 거예요. 바통을 이어받듯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행해왔던 여성억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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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줍는 시 3 - 우리 다시 최승자부터 시작하자

신나리

<어떤 아침에는> 어떤 아침에는, 이 세계가 치유할 수 없이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또 어떤 아침에는, 내가 이 세계와 화해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내가 나를 버리고 손 발, 다리 팔, 모두 버리고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숨죽일 때 속절없이 다가오는 한 풍경. 속절없이 한 여자가 보리를 찧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보리를 찧고, 그 힘으로 지구가 돌고…… 시간의 사막 한가운데서 죽음이 홀로 나를 꿈꾸고 있다. (내가 나를 모독한 것일까, 이십 세기가 나를 모독한 것일까.) - 최승자, <어떤 아침에는>, 『기억의 집』, 문학과지성사, 1981, 20쪽. 나는 매일 아침 다르게 깨어난다. 어떤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왕창 울고, 어떤 아침에는 눈을 뜬 채로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근 1년 동안, 매일 아침 깨어나는 일은 가슴에 작은 절망들을 매다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아침을 위해서 잠들기 전 베개를 탁탁 치며 다짐의 말들을 한다. 좋은 꿈꾸게 해주세요, 내일 괜찮을 거야, 잘 할거야. 그러나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 꾹꾹 눌러 놓은 다짐의 말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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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발견 11. 왜 너를 잃었는가

조은혜

* 스포일러가 있으니 책을 읽으실 분들은 유의 바랍니다. * 여성 작가 이두온의 <시스터(2016, 고즈넉)>는 동생을 잃어버린 언니가 아들을 잃은 한 아빠와 함께 동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 스릴러물이다. 이두온은 <시스터>를 통해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거친 폭력과 관음증적 시선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스릴러물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수능이 끝난 학교는 난장판이었다. 고등학교 3년 간 노력한 이유는 수능 하나였으니까. 그간 지켜온 개근을 수능이 끝나고 놓아버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선생님들도 대부분 수업을 하지 않았다.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돌아가며 보고싶은 영화를 다운 받아왔다. 아침 영어 방송이 나오던 TV는 선생님도, 학생도 무료한 수업 시간을 영화 보는 시간으로 바꿔줬다. 어느 하루는 누군가가 <추격자> 를 다운 받아왔다. 김윤석과 하정우의 욕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어떤 영화든 봐야 선생님들이 수업을 안 했다. 영화는 점심 시간까지 계속됐던 것 같다. 나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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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 시 읽기 5. 최승자, <구토>

[웹진 쪽] 희음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 시는 1999년에 나온 시집 『연인들』에 수록된 시입니다. 시집이 절판된 지 오래여서 여기에 묶인 시들이 그리 활발히 회자되지는 않았어요. 이 시 역시 낯설게 느껴질 테고요.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 시집에 실린 시 중 과반이 연애에 관한 것이지만, 연애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덧없음과 회의와 한숨이 주를 이룬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인 건 아니에요. 맥없는 한숨 속의 곳곳에 뼈를 숨겨놓는 것이 최승자 시인의 특기이기도 한데, 이 시집에 실린 시들 역시 마찬가지죠. 특히 이 시 「구토」의 뼈는 꽤나 단단하고 뾰족한 듯 느껴져요. 어조 자체도 강하고요. “죽여 버”려야 한다는 말이 네 번이나 나올 정도로요. 첫 연에서는 이 세계 전반의 부조리에 대한 환멸 때문에 신을 죽여 버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두 번째 연에서는 ‘창세기’로 대표되는 인간의 역사에서 결박되고 고통받는 여성 서사에 대한 분노 때문에 작자를 죽이겠다 다짐하죠. 일러스트 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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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 시 읽기 2. 실비아 플라스, <은유>

[웹진 쪽] 희음

페미니즘 웹진 <쪽>의 콘텐츠, 이제 <핀치>에서도 편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다시, 실비아 플라스예요. 번역 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작품들은 시적 구성과 비유, 사유의 흐름이 워낙 단단해서 여러 번 들여다봐도 매료되지 않을 수 없죠. 여성 억압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후기 시의 경우가 특히 그렇고요. 이번에 소개할 시는 <은유>라는 짧은 작품이에요.  첫 행부터 살펴볼게요. ‘나’를 아홉 음절로 된 수수께끼라 이야기하는군요. 여기의 '아홉 음절'에 해당하는 원문의 표현은 nine syllables로서, 번역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이 시에서의 ‘음절’은 음절의 원 뜻으로 파악하기보단 수수께끼 속의 수수께끼로 봐야 할 듯 싶어요. 살짝 비틀어 놓은 힌트인 셈이죠. 짐작하기로 그것은 아홉 ‘글자letter’로 되어 있는 낱말 같아요. 아홉 음절로 이루어진 하나의 단어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데다, 아래의 은유들을 볼 때 그 수수께끼의 정답은 p.r.e.g.n.a.n.c.y.임에 분명하기 때문이죠. 즉 이 시의 시적 화자가 pregnancy, 임신중이란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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