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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0. 여자에게 필요한 건 돈이지

신한슬

경고 : 이 시리즈는 정말 경 제를 알 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만 유용할 수 있다. 경제 고수들의 재테크 방법이나 응용편은 언제든지 edit@thepin.ch로 제보 환영. 20대도 얼마 안 남은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는 세 가지다. 집, 차, 저축. 동갑인 A가 말했다. " 내 명의로 혼자서 집과 차를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결혼 안 할 것 같아. 솔직히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둘이서 모으든 부모님 도움을 받든, 주거가 안정될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기회라서 그런가봐." 여성 평균 임금이 남성 평균 임금보다 36.7%가 적은 나라에서 과연 누가 A를 비난할 수 있을까? B가 도시전설을 알려줬다. 회사에 있는 30대 여성 선배가 고등학교 때부터 청약통장에 가입해 처음에는 2만원씩, 대학생 때부터는 5만원씩 꼬박꼬박 청약금을 넣었다. 그리고 몇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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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1. 주택청약

신한슬

경고 : 이 시리즈는 정말 경 제를 알 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만 유용할 수 있다. 경제 고수들의 재테크 방법이나 응용편은 언제든지 edit@thepin.ch로 제보 환영. 부동산과 재테크에 밝은 친척 언니는 30대 비혼이지만 이미 자신이 직장을 다니며 살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 혁신도시에 본인 이름으로 산 아파트가 있다. 나보다 몇 년은 더 일을 오래 했고 학력도 초봉도 급이 다른데도 막연히 부러워만 하는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너, 청약 통장은 넣고 있어? 말문이 막혔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보긴 했는데. 딱 거기까지가 내 레벨이었다. 청약 통장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모른다. 경알못 중에서도 독보적인 '쪼렙'이다. 일단 내가 한심하고 무식한 건 알겠는데, 언니도 빨리 만들라고만 하고 그 이상을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아마 나만 빼고 다 알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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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1.'신자유주의적 인간'답지 않은 고래

유의미

‘답지 않은 사람들’은 동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세계를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살아남아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 타협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견고한 세상에 때때로 균열을 내는 방식, 기록되지 않아 주의 깊게 들어본 적 없는 일상적인 목소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청년 여성들을 만나, 서로의 삶과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우리의 연결을 꿈꿉니다.   첫인상이 무섭고 다가가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단호한 말투 때문인가 싶어서 한동안 일부러 끝을 흐리는 연습도 했어요. 어리고 여자인 사람이 이런 말투를 가진 걸 다들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추운 날 칼바람을 뚫고 신촌의 브런치 카페에서 고래를 만났다. 고래는 질문마다 빠르게 답을 떠올려 또박또박 쉴 틈 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청산유수의 기세와 달리 말끝마다 ‘뭔지 알죠?’ 하며 동의를 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입시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많이 써서 지긋지긋하다는 고래에게 결국 소개는 듣지 못했다. 인생을 간략하게 브리핑해달라는 말에도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로스쿨 면접보다 어렵네요. 인생이 브리핑이 되나요? 저희 혹시 밤새도록 인터뷰하나요? 고래.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Q. 그럼 고래는 뭘 좋아하세요? A. 마시는 걸 좋아해요. 물, 술, 커피, 차 등 액체로 된 것을 마시는 거. 그래서 고래에요. 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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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3. 어디 싼 집 없나? (2) 역세권 2030청년주택

신한슬

부동산 미스터리. 집을 구하려고 인터넷이나 부동산 공고에선 거의 모든 매물이 ‘역세권’을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거품이 많이 껴 있다. 역세권 도보 1분, 3분, 5분을 주장하는데 직접 가 보면 이걸 어떻게 도보 1분, 3분, 5분 내에 갔다는 건지, 다들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건가 싶다. 한창 자취방을 구할 때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는 집에 가봤더니 엄청난 오르막길 끝에 있어서 굴러 내려가면 5분이지만 걸어 올라가면 15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역에서 정말 가깝다고 인지할 만한 집은 역에서 30초, 1분이라는 식으로 과대포장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역세권은 마법의 단어다. 역세권이 붙으면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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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2. '20대 여성' 답지 않은 유니버스

유의미

‘답지 않은 사람들’은 동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세계를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살아남아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 타협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견고한 세상에 때때로 균열을 내는 방식, 기록되지 않아 주의 깊게 들어본 적 없는 일상적인 목소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청년 여성들을 만나, 서로의 삶과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우리의 연결을 꿈꿉니다. 유니버스를 만난 건 그의 출근 직전이었다. 그는 저녁 근무 조여서 늦은 점심을 먹은 뒤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가 때때로 긴장하며 질문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반면, 답변은 짧고 간단했다. 대화 중 여러 번 다시 물음을 던져야 마침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유니버스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페미니스트이면서 커피 체인점에서 일하는, 신념을 팔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유니버스에게 신념을 판다는 건 포기와 타협을 의미한다. 버려지는 많은 소모품과 부재료를 볼 때, 일상에서 동료들의 폭력적인 언행을 묵인하거나 불의를 보고도 그냥 넘기는 순간에 특히 그렇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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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4. '엘리트' 답지 않은 B

유의미

오늘 날씨가 궂어서 옥상에 있는 화분을 안에 들여놓느라 좀 늦었어요. 사진 찍는 게 취미라는 B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등장했다. 반납하려고 들고 나왔다는 책도 두 권이나 들고 있었다. B는 몸짓을 섞어가며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질문하면 적극적으로 막힘 없이 답했는데, 워낙 조리 있게 말해서 듣는 내내 재미있었다. 한참 이야기하다 문득 시계를 봤을 땐 세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Q. 어제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A. 어제가 목요일이었죠? 어제 계획이 있었는데, 실패했어요. 하나는 읽고 있던 책을 끝까지 읽는 것, 또 하나는 강의를 듣는 것이었어요. 제가 요즘 케이무크(K-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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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5. ‘인간’답지 않은 엄

유의미

저는 출판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사람입니다. 엄은 짧은 머리에 소년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작은 몸집과 단단한 체구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숨을 고른 뒤 신중하게 느릿느릿 이야기하고, 꽤 오랜 침묵이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분명하게 자기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엄도 날 때부터 그런 단호함을 가진 건 아니었다. 천천히 오랫동안 애써 빚어낸 태도였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Q.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A. 시간, 요일, 날짜 개념이 없이 살고 있어요. 직장인 때와 일상의 리듬이 완전히 다르고, 시계나 달력을 거의 보지 않고 지내요. 예전에는 강박이나 계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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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6. '법학도' 답지 않은 난별

유의미

여의도의 커피 전문점에서 난별을 만났다. 전날 밤에도 기숙사 룸메이트와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가?’하며 고민하다 잠들었다는 그는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다. 과제와 예습복습, 시험준비, 수업까지 할 게 너무 많다고 말하면서도 무척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가족한테 의지를 많이 해요. 특히 엄마가, 가끔 시크하게 답을 내려주거든요. 로스쿨 처음 들어갔을 때, 내가 제일 못하는 것 같고 나만 찌끄레기 같아서 주눅 들어있는데 엄마가, ‘너 대학 처음 들어갔을 때도 똑같이 얘기했어.’ 하더라고요. 엄마는 나를 태어날 때부터 봐와서, 내가 기억 못 하는 나를 기억하고 있잖아요. 제가 새로운 어려움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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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사람들 3. ‘시나리오’답지 않은 은사자

유의미

저는 첫인상으로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하는 말을 많이 들어요. 누구랑 닮았다고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인사하고. 머리를 이렇게 탈색하기 전에요. 흔하게 생겼나 봐요. 슬프게 생겼다고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슬픈 사람은 아니에요. 주말의 끝자락에 은사자가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가운데에 시멘트 빛깔의 커다란 탁자가 무심하게 놓여있고, 벽도 바닥도 천장도 벽에 걸린 그림마저도 회색에 가까울 정도로 채도가 낮은 곳이었다. 부드러운 조명과 고소한 커피 내음 때문에 그 회색빛들이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곳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닮은 은사자는 공간의 일부처럼 잘 어울렸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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