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페미니스트의 육아 일기: 6. 분만에서 단유까지, 내 몸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나 (下)

생각하다임신과 출산

어느 페미니스트의 육아 일기: 6. 분만에서 단유까지, 내 몸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나 (下)

Ah

일러스트레이터: 해일

어릴 때 목욕탕에 가면 엄마나 이모 또래 사람을 보며 ‘아, 저게 어른 여자의 몸이구나.’ 했었다. 커다란 유륜과 두툼한 유두, 그리고 윗 부분은 편평하고 아래만 살짝 볼록한 유방까지. 나의 것과는 정말로 많이 달랐다. 그리고 출산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고 단유를 한 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순히 어른 여자의 몸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젖을 먹인 여자의 몸이라는 것을.

출산후유증

나는 임신 기간이 비교적 무난했던 반면, 출산후유증이 길어 고생을 했다. 나는 출산 후 6개월 무렵까지 산후풍에 시달렸는데 사실 ‘산후풍'이라는 용어는 한의학에서만 통용된다. 전반적으로 관절이 쑤시고 시리고 저리는 증상들을 뜻하는데 실제로 사진을 찍으면 뼈나 관절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산후 통증은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릴랙신’이라는 호르몬이다. 릴랙신은 태아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치골결합을 느슨하게 하는 호르몬으로 임신 후기부터 분비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다. 몸이 출산을 준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릴랙신이 분만이 끝났음에도 최대 산후 6개월까지 정상치 보다 많이 분비된다는 데 있다. 도대체 출산도 끝났는데 왜 그러는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내가 바로 그 케이스였고 원래도 근육량이 적은 체형이라 모든 관절이 너덜너덜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손끝 발끝에 경련이 와서 사지가 떨리는 듯 느껴져 누워있는 것 조차 힘들었고 무릎이 시려서 3분을 채 서있지 못했다. 앉았다 일어나는 게 힘들어졌고 발목이 시큰거렸다. 머리를 감거나 물컵을 드는 일상적인 행동마저 큰 무리가 됐다. 관절을 쓰지 않는 게 최선이라지만 갓난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양육자 입장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처방이었다. 머리를 말리는 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할 정도였다. 손가락과 손목 관절이 쑤시고 시려서 수건으로 머리를 털거나 드라이기를 들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퇴근한 남편이 뚜껑을 닫은 변기에 나를 앉히고 머리를 말려줄 때면 온갖 생각이 넘쳐흘러 결국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눈을 감고 드라이기 소리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푹 쉬라고요?

이런 와중에 수유를 계속하는 건 무리였다. 그 와중에도 산부인과와 한의원에서는 끼니랑 마실 것들 잘 챙겨먹고 푹 쉬면서 한약으로 보충해가며 하는 건 어떠냐고들 했지만 나는 이제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 그 하루 세 끼와 간식은 누가 차려주고 치운단 말인가. 푹 쉬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꾸를 해줘야 할지 감도 안 왔다. 어차피 모유수유를 권장할 때도 아기 입장에서만 주구장창 떠들던 이들이었다. 모유에 있는 면역력 성분이 아이에겐 평생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그렇게들 모유수유를 강조하면서 정작 내 몸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기괴한 자세를 하느라 내 목과 허리가 굽어지고, 젖몸살이나 유선염, 유구염 등 각종 염증에 노출될 수 있고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뺏기기 때문에 철분, 칼슘, 마그네슘 섭취량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었다.

결국 6개월 차에 단유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모유수유와 분유를 병행하면서 분유 양을 서서히 늘려갔다. 다행히 정바당이 잘 따라와줘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단유는 기다리던 일이었다. 떡볶이도, 귤도 잔뜩 먹을 수 있고 미용실에 가서 펌과 염색도 할 생각에 설렜다. 내겐 정말로 빅 이벤트였다. 이제 아이의 수유텀에 얽매일 필요가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고 못생긴 수유티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수유를 할 때 즈음이 되면 땡땡하게 차오르고 잘못해서 텀을 한 번 놓치면 단단하게 굳는 가슴도 안녕이었다. 나는 자유다!

어떻게 해야 예전으로 돌아가요?

물론 그랬다. 내 가슴은 자유로워졌다. 못생긴 수유브라와 단추가 여러개 달린 수유복을 입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상했다. 모유양이 점점 줄어가면서 내 가슴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모양이 되어갔다. 윗쪽은 납작해졌고 마치 물방울처럼 유두 아래쪽만 볼록했다. 그리고 아주 말랑말랑해졌다. 탄력이라곤 전혀 없이 중력의 무게를 있는 그대로 받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나는 가슴이 더 작아졌다. 수유를 하면서 그렇게 커졌던 가슴이 어떻게 이렇게 쪼그라들 수 있는지 뭐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80B 아니면 75C였던 브래지어들은 졸지에 아무 쓸모가 없는 예쁜 쓰레기가 됐다. 나는 우울해졌다. 의지할데라곤 초록색 검색창 뿐이었다. 다들 같은 고민이었다. 어떻게 해야 예전으로 돌아오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냐, 운동을 하면 되냐 등등의 얘기가 있었지만 모두들 그런 건 없다고 방법은 수술 뿐이라고 했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니었다.

분만과 단유를 거치면서 내 몸은 정말로 많이 변했다. 더 이상 내가 삼십 년 가까이 알아오던 그 몸이 아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여전히 힘들다. 나는 내 몸과 끝없는 불화를 겪었다. 아니, 겪는 중이다. 한 때는 나도 제대로 된 몸이라는 것을 가졌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금의 몸은 내가 운용해오던 몸의 감각이 아니라서 당황스럽다. 그 전에는 내가 결정권자로서 내 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내 몸에 이로운지 무엇이 해로운지 알았다. 어떤 자세로 있는 게 편안한지, 어떤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세히 말이다. 내 몸에 깃든 고됨과 아름다움 모두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던 때였다. 딱히 좋은 체력도 건강체질도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음료를 가득채운 텀블러를 들고 이 곳 저곳을 하루 종일 걸어다녀도 약간의 피로감만이 있던 때였다. 단정하고 무탈한 몸이라는 걸 가졌었다. 이십분 이상 걷는 게 무리가 되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끼는 실크 블라우스에 딱 떨어지는 스커트를 입고 걸어갈 때 내 무릎께를 스치던 원피스의 부드러운 감촉, 바람에 흩날리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던 손가락 사이사이를 채우던 양감같은 것들. 나는 이제 내 몸에는 거의 없는 것들, 느껴본 지 아주 오래된 그런 것들을 그리워 했다. 머리카락은 제 때 말리지 못해 뻣뻣해진 채로 무지막지하게 빠졌고 손목과 발목에는 낮 시간동안 착용했던 뻑뻑한 보호대가 만든 자국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모유수유 때문인지 피부는 점점 건조해져 곳곳이 까끌거렸고 면역력이 낮아져 모낭염이 생겼다.

나의 몸은 확실히 변했고 나는 이 사실과 달라진 내 몸에 적응해야 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온 일들을 다시 해내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여성들이 출산 후에 일어난 몸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순히 살이 찌고 몸의 형태가 바뀌고 가슴이 쳐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내가 나의 피부로 알아왔고 또한 익숙했던 감각들에서 멀어졌다는 괴로움과 내 몸에 지니고 있던 생기가 모두 메말라 버린 듯한 기분을 수시로 느끼기 때문이다.

다시는 어머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 몸은 여전히 회복중이다. 머리카락들이 숭덩숭덩 빠진 자리에는 새 머리카락들이 잔디처럼 자라고 있고 다행히 손목과 손가락도 제대로 쓸 수 있어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틀어진 골반은 많이 돌아왔지만 계속 교정 중이다. 바닥에 앉는 게 안 좋다고 하는데 정바당은 지금 한창 매트를 깔아둔 거실바닥에서 기고 일어나고 걷는 중이고 나는 꼼짝없이 그 곁을 지켜야 해 별 방도가 없다. 벌어진 갈비뼈도 아직이다. 몸무게는 임신 전과 똑같아진 지 오랜데 왜 자꾸만 예전에 입던 원피스 핏들이 하나같이 이상한가 했더니 늘어난 몸통 때문이었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선배 엄마들 말로는 2년 정도는 걸릴 거란다. 요즘엔 조금만 피곤하면 잇몸이 붓고 피가 난다. 이가 시려서 아이스크림을 먹는게 힘들다. 다시 생리를 시작하면서 배란통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통증이 생겼고 생리통은 더 강력해졌다. 출산하면 생리통이 없어진다던 이들에게 피의 카니발이라도 열고 싶은 심정이다.

이스라엘 사회학자 오르나 도나스(Orna Donath)은 ‘어머니 됨에 대한 연구’에서 출산경험이 있는 25~75세 여성 23명이 ‘다시는 어머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해한다. 나의 몸과 마음을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한 번 몸에 새겨진 경험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긴다. 물리적 고통, 사회적 고충, 그리고 정서적 소외감까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정바당을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을 거의 매일같이 하지만 한편으론 끊임없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내게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이 모순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어쩌면 이게 평생동안 내가 가지고 가게 될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 종종 두렵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운 감정이다.

임신과 출산은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국가의 입장에선 저출산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끌어올려야 할 출산율일테고 어떤 개인들에겐 결혼과 마찬가지로 생애주기 내 완수해야 할 과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생생히 벌어지는 사건이자 여성의 몸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꿔놓는 일이다. 당신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수치화를 해서 그 얼간이 같은 ‘가임여성 분포도’ 같은 것을 만드는 동안에도 말이다. 놀랍게도 그렇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여성의 골반과 척추는 태아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틀어지고 휘어지는 중이며 배 속 장기들은 태아의 압박을 받아 제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이에 대해 더 많이 말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출산과 여성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해야 하고 여성은 이와 관련해 더 많고 더 정확한 정보들을 제공받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언어로 그 이야기를 듣는데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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