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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육아

<육아> 카테고리의 최신 기사

엄마, 본다 10. 양육가설

Ah

불과 몇 개월 전에 "육아서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라 잘 읽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새에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난 후부터 꽤 긴 문장을 구사할 줄 알게 되면서 아이와 나의 관계가 급변한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정확히 표현하는 아이를 대하는 일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는 내 말을 완벽히 이해했고 거기에 적절한 대꾸를 했다. 무슨 말이냐면, 이제 아이는 내 말을 거의 듣지 않는다! 얼마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냐면 잘 자다 말고는 “싫어! 싫어요!!!”라고 잠꼬대를 할 정도다. 오랜만에 아기 발달과 관련된 책들을 독파했고 25개월이 ‘떼쓰기’의 서막이라는, 그러므로 아이는 지극히...

엄마, 본다 9. 어린이책 읽는 법

Ah

대부분의 근로노동자가 업무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연차, 업무의 진행상황 등에 따라 하루 일과가 조금씩 달라지듯이 주양육자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매일 열심히 자라고 그에 따라 나의 일과도 조금씩 바뀐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 업무는 '책 읽어주기’다. 새벽수유와 수면교육 등 지난날을 지배했던 과제들을 떠올려보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그래도 낭만적인 일이다. (물론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은 나의 책 읽어주기 현장과는 다를 것이다. 매일 똑같은 그림책들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두 시간 가까이 읽어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엄마, 본다 8. 이상한 정상가족

Ah

나도 아이를 낳고 기르기 전에는 아동인권에 대해서 무지했다. 아동인권까지 갈 것도 없이 아이들이, 그리고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들이 이 사회에서 겪는 불편과 불합리에 무감각한 사람이었다. 이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비장애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인에게는 일상적인 공간과 시설조차 아이들에게는 장애물이자 위험한 곳이 된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이에게 명백한 악의와 적의를 내뿜는 사람들을 마주치곤 했다. 그것이 아이와 함께 있는 여성인 나를 향한 적의가 아닐지 의심스러운 적도 있긴 했지만 어떤 이들은 아이가 배려의 대상이라...

창업하는 여자 6. 육아를 놓으라고요?

효규

둘 다 잘 할 순 없어요. 일이든 육아든 하나만 선택하세요. 창업을 하면서 들었던 조언들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특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조언은 ‘주 양육자의 자리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육아 대신 일을 선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창업 교육을 들으러 갈 때마다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잔인하다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과연 육아를 ‘진짜로’ 놓을 수 있을까?...

엄마, 본다 7. 엄마는 페미니스트 (하)

Ah

편집자주: 이 글은 < 엄마 본다 6. 엄마는 페미니스트(상)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걱정이 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두 권의 책,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대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하는 법>, 이 올려진 책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정바당은 이제 곧 만 두 살이 된다.) 두 권의 책은 제목에 나와있듯이, “성”을 주제로 한 육아서였고 어떤 면에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던 ‘자기계발서’같은 인상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들을 보면서 내내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남자아이에게 하는 페미니즘 교육이란 결국 성교육인걸까? 아직까지도 의문이 다 풀리진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자아...

창업하는 여자 5. 내가 두 명이 될 순 없어서

효규

'구글캠퍼스 포 맘스'에서는 창업에 관한 이론을 8주 동안 배우고 마지막 9주차에 실제 밴처캐피탈(아래 VC) 관계자들 앞에서 자신의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걸 데모데이라고 부르곤 한다. 데모데이가 이 수업의 가장 하이라이트였다. 회사에 다닐 땐 매일 함께했지만 출산 후에는 쓸 일 없었던 파워포인트를 정말 오랜만에 켜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사업에 대한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구성이 가장 좋을까? 해외 시장 분석을 언급하는게 좋을까? 아이템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가 좋을까? 실제로 발표 연습을 하면서 말이 너무 늘어지지 않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사무치게 기...

엄마, 본다 6. 엄마는 페미니스트 (상)

Ah

최근에 자기소개를 할 일이 있었다. 오랜만이라 그랬는지 구구절절 말이 길어졌는데 집에 돌아와 곱씹어보니 ‘여성’, ‘양육자’, ‘페미니스트’라는 세 단어로 요약됐다. 아이를 기르면서 내가 가장 고민하고 또 몰입해 있는 정체성들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엄마는 페미니스트>는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필독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출간 직후 펼친 책에서 나를 사로잡는 구석은 많지 않았다. 다른 페미니즘 서적들처럼 나를 심란하게 하지도, 깊은 고민에 빠져들게 하지도 않았다. 그때만 해도 “엄마”와 “페미니스트”라는 각각의 역할 사이에 어떤 모순도 없다고 생각했었고 내가 바로 “엄마...

엄마, 본다 5. 거의 정반대의 행복

Ah

육아서는 읽지 않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쓴 글은 대체로 열심히 읽는 편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육아는 특히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대목들로 꽉 채워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을 들일 필요없이 그저 활자를 읽는 순간 그 이야기를 흡수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문장들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 독자에게 ‘에세이’만큼 매력적인 장르는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쓴 것이어도 어쩐지 그저 그랬다. 그런데 얼마전 작년에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하면서 아이를 낳고 난 후로 본 책들 중 대부분이 에세이라는 걸 알게...

엄마, 본다 4.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Ah

사실 나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양육서를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어쩐지 양육서는 일종의 자기계발서 같고, 나는 그런 종류의 책은 잘 읽지 않는 독자다. 백이면 백 모두 다른 상황과 맥락을 그럴싸한 몇 마디로 퉁치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을 테고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이 필요한 영역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런 내게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 있다....

엄마, 본다 2. 바깥은 여름

Ah

김애란 작가를 좋아한다. 장편도 좋지만 단편소설집들은 특히 좋아한다. 이십대 때, <비행운>같은 단편집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 여름 그녀의 새로운 단편소설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주 오랜만에 설렜다. 아이의 늦은 낮잠을 재운 오후였다. 아이 옆에 조금 누워 있다가 책 생각이 나 거실로 나왔다. 마루로 햇살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던 날이었다. 아이가 자는 집은 모처럼 아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나는 소파에 누워 첫 작품인 <입동>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야기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아주 많이. 읽으면서도 울고 읽고...

어느 페미니스트의 육아 일기: 마치며 - '다시' 페미니스트

Ah

이 연재를 시작하고 열 다섯개의 글을 쓸 때마다 매 번 떠올렸던 일이 있다. 아이를 낳기 전의 일. “저기요. 좀 조용히 해주실 수 없나요?” 친구와 나는 둘다 이직 제의를 받은 상태였고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진지한 얘기를 나누길 원했다. 일부러 프랜차이즈가 아닌 차분한 분위기의 동네 카페를 찾았다. 삼십분 정도 있었을까. 우리는 더 이상 그 곳에 있을 수 없었다. 이제 두 살 정도 됐을 법한 아이와 아이의 엄마,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때문이었다. 아이는 계속 돌고래 소리를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맘대로 되질 않아 짜증을 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엄마와 친구들이 달래면 그게 또 재밌는지 까르르 웃기...

어느 페미니스트의 육아 일기: 개념맘과 맘충 사이

Ah

싱글 시절 얘기를 좀 해보자면, 나는 개념녀였다. 언젠가 타임라인을 휩쓸었던 그 해시태그처럼 꼭 그랬다. 게다가 나는 대부분의 그룹에서 명예남성이라는 작위를 받는 쪽이었다.내 머리가 숏컷이고,, 담배를 피우고, 힐보다는 운동화와 로퍼를 즐겨 신고, 결혼 전에 꼭 취업을 하고 싶어했고, 소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리본이나 레이스같은 장식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함께 딸려오는 ‘외모와는 다르게 털털하다’, ‘## 출신 같지 않다.’ 같은 평판이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여성스럽다’는 수식어는 거추장스럽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는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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