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또 하나의 가해자

가해자들의 사과문과 무대응에서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을 보도하는 미디어 역시 강간 문화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저 흥밋거리

“팜므파탈은 ○○이가~”…한예종 성폭력 충격! - 헤럴드경제, 2016.10.25

‘충격, 헉.’ 이제 질리도록 저열한 수법이지만 여전히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가십거리로 소비할 때 헤드라인에 가장 많이 붙는 단어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는 #OO_내_성폭력 해시태그로 만들어진 한국예술종합학교(아래 한예종) 여성혐오 아카이브 계정을 소개하는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붙이며, 기사 본문에서는 아카이브 계정에 올라온 제보들만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성폭행 논란 박진성, “시 좋다고 찾아온 여성과 모텔, 잠자리” 충격 - 서울경제, 2016.10.24

서울경제는 박진성 시인의 과거 칼럼 내용을 재인용해 소개했다. 여성들과 잠자리를 하고 모텔에 들락거린다는 내용을 전부 소개해 놓고는, 마지막에 “이 글은 “해당 여성들이 힘들어 한다”는 박진성의 요청으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단독]"팬티 속으로 손이 들어왔다"…미술계도 성추행 논란 - 뉴스1, 2016.10.24

'성추문' 박진성 활동 중단, 피해자 A씨 "일어나 보니 낯선 남자의 집이었다" - 뉴스타운, 2016.10.23

함영준 큐레이터 "파렴치한 행동이었다"…피해자 "손이 속옷으로 들어와" - 스타서울TV, 2016.10.23

함영준 큐레이터, 성추행의 민낯…피해자 “손이 팬티-브라 사이로 들어와” 폭로 - 헤럴드경제, 2016.10.24

“차 안에서 다리 주물주물” 함영준 큐레이터도 성희롱 논란에… - 헤럴드경제, 2016.10.23

뉴스원, 뉴스타운, 스타서울TV, 헤럴드경제는 함영준 큐레이터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트위터를 통해 밝힌 피해 사실 중 가장 자극적인 증언만을 뽑아 헤드라인으로 썼다.

‘성추행 논란’ 박진성 시인 모든 활동 중단…누군가 했더니 ‘공황장애 시인’ - 헤럴드경제, 2016.10.24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저열한 궁금증만을 드러낸 경우도 있다.

시각적 폭력

“차 안에서 다리 주물주물” 함영준 큐레이터도 성희롱 논란에… - 헤럴드경제, 2016.10.23

헤럴드경제는 위 기사를 내보내면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엉덩이에 남성의 손이 올라간 사진을 자료 사진으로 첨부했다. 기사가 아무리 진중하고 사실을 제대로 다루고 있다 한들, 눈 뜨고 못 볼 시각적 폭력이다.

‘성추문’

꼬리 무는 문화계 성추문, 피해자들 폭로에 영화계도 '발칵' - MBC 뉴스, 2016.10.25

MBC는 <뉴스투데이>에서 성폭력 피해사실 폭로를 보도하며 다음과 같은 앵커 멘트로 뉴스를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불거지는 문화예술계 성추문, 이번엔 영화계 유명 영화평론가입니다.

보도에서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사실 관계는 ‘추문’이라는 단어 속으로 파묻히고, 자고 일어나면 불거져 버리는 스캔들이 되어 버린다.

이번엔 한예종 성추문 파문 - 헤럴드경제, 2016.10.25

‘성추문’이라는 근본 모를 단어를 사용한 것은 헤럴드경제도 마찬가지였다. 헤럴드경제는 앞의 한예종 여성혐오 아카이빙 계정을 소개하는 기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기사를 이미지만 바꾼 후 더욱 저열한 헤드라인을 달아 반복송고했다. 이 이슈를 ‘소비’하는 언론의 태도 중 가장 명확하다.

서울신문 역시 ‘# ○ ○_내_성폭력’ 증언의 연대… 문화계 민낯 바꿀까’(2016.10.25) 에서 “문화계 인사들이 연일 ‘성추문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폭로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성추문으로 라벨링했다.

심지어, 성추문이라는 단어는 표준어조차도 아니다. 국립국어대사전에는 ‘성추문’이라는 단어로 등록된 정의가 없다. ‘추문’은 ‘추잡하고 좋지 못한 소문’이다. 문화계 내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고 은폐된 성폭력은 그저 추잡하고 좋지 못한 소문이 아니다. 엄연한 범죄다.

“일부의 문제”

KBS는 ‘문화계 성추문…“구조적 갑을 관계가 원인”’이라는 기사를 “이 때문에 이번 일로 일부 예술인의 잘못된 성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는 코멘트로 마무리한다.

가해자 편

일민미술관 함영준 큐레이터, 성추행 폭로에 적극적인 해명 “여자친구와 동행, 토사물 세탁해준 것” - 환경TV, 2016.10.24

'성추문 논란' 함영준 "'속옷에 손 넣었다' 주장, 사실 아냐" - 뉴스1, 2016.10.24

박범신 또 사과…일부 참석자 "우리를 룸살롱 취급하냐" 성추행 제기 여성에 반박 - 조선일보, 2016.10.23

박범신 작가,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 정식 사과문 게재 - 스포츠월드, 2016.10.23

환경TV와 뉴스1은 각각 함영준 큐레이터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하며 가해자의 대응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헤드라인을 붙였다. 조선일보 역시 박범신 작가의 ‘사과문’을 기사 본문 안에 이미지로 삽입하기까지 하며 가해자의 입장에 이입한 헤드라인을 내놓았다. 스포츠월드는 물결치는 박범신 작가의 사과문을 정식 사과문으로 추켜세웠다. 

2016.10.27 14:05 발행

CREATOR

이 시리즈의 다른 콘텐츠

핀치클럽에 가입하세요

핀치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여성의 삶,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
더 많은 여성 작가 작품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핀치클럽 한정 정기 굿즈는 물론,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등 핀치의 행사에
우선 초대 혜택이 제공됩니다.

미디어에 관한 다른 콘텐츠

문단 내 성폭력에 관한 다른 콘텐츠

성폭력에 관한 다른 콘텐츠

You may also like

콘텐츠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