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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더 글로벌 아재 스탠다드

1차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화법과 행동 양식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겐 충격적이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인들에겐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익히 우리가 보아왔던 것이고, 익숙해져 있으면서도 여전히 혐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아재’의 방식 말이다. 지난 9월 26일, 토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던 클린턴 대 트럼프의 1차 대선 토론 현장에서 들춰진 트럼프의 ‘글로벌 아재 스탠다드’를 함께 살펴보자. 

일단 거침없이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

트럼프는 90분의 토론 시간 동안 클린턴의 발언에 총 51번 끼어들었다. 클린턴이 트럼프의 발언에 끼어든 횟수는 열 일곱 번 뿐이었다. 명백한 횟수의 차이는 그가 상대 후보를 얼마나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지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그 발언의 대부분은 “No”, “Wrong”과 같이 논리적인 반박은커녕 문장의 형태조차 갖추지 못했다.

클린턴이 트럼프의 발언에 끼어들 때, 완전히 어긋난 사실 관계를 반박하거나 긴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비해 트럼프의 끼어들기는 클린턴의 발화 맥락을 끊어내거나, 그를 마치 혼내려는 듯 한 짧고 불퉁한 몽니에 가까웠다. 아래의 장면 같이 말이다. 

치안과 법 집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뉴욕시의 치안 문제가 나오자 힐러리 클린턴은 살인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FBI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FBI의 데이터도 단번에 부정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수긍할 수 없는 데이터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거나, 선동 혹은 날조다. 심지어 트럼프는 그에 반박하는 어떠한 통계나 논리적 사실도 없이 그저 ‘틀렸다’고만 외친다.

여성 후보들이 남성 후보들에 비해 자주 발언을 중지당하고, 간섭당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공개적인 발화의 자리에서 남성은 여성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고, 여성은 보통 남성에 의해 자신의 발언이 중지당하거나 방해당한다. 트럼프는 그 기준에 충실한 알파-남성-아재의 모습을 보였다. 상대 후보를 동등한 후보가 아니라 ‘여성’으로 간주했기에 드러난 그의 민낯이다. 

언제나 나만 옳다

트럼프는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현실과 의견들을 당당하게 부정했다. 자신의 과거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정했다. 그의 화법은 그의 구미에 맞지 않는 모든 다른 현실과 맥락을 마치 없는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아무리 바로 옆에서, 상대 후보나 사회자가 그것을 반박해도 그의 세계는 견고하고 흔들림이 없다. 다음은 첫 대선 토론에서 그가 예수를 부정하는 베드로마냥 딱 잘라 스스로를 부정한 몇 가지 장면이다.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는 거짓이라고 발언해 왔으며, 그 중 대표적인 발언은 2015년 12월 30일의 유세 중에 나왔다.

Obama's talking about all of this with the global warming and … a lot of it's a hoax. It's a hoax. I mean, it's a moneymaking industry, OK? It's a hoax, a lot of it.
오바마는 지구 온난화에 관한 것들을 잔뜩 떠들어대지만… 그것들의 대부분은 완전한 사기입니다. 사기죠. 제 말은, 그것은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라는 겁니다. 네? (기후 변화는) 완전한 사기죠. 아주 많이.

고작 1년도 안 된 본인의 발언이다. 위의 발언 말고도 2012년, 트럼프는 트위터로도 기후 변화가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치 사업을 하듯이 국가부채를 금융기관들과 협상해서 줄여보겠다고 발언한 것은 트럼프가 맞다. 지난 5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그렇게 밝혔다. 하지만 순간 그가 너무나 단호하게 이를 부정한 탓에, 정말로 그런 일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트럼프는 하워드 스턴과의 인터뷰에서 명확하게 이라크 침공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기억에서는 트럼프가 불리한 과거가 편리하게 삭제돼 있다. 불리한 사실도 삭제돼 있다. 그렇게 그의 세계는 한없이 공고해 진다.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는 아재들의 세계 역시 그렇다. 

세상에 내 편은 없다고 한탄한다

트럼프의 미디어 노출이 사실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데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는 여전히 클린턴에게 성차별적인 편견을 덧씌우고 있다는 분석이 상당한데도 트럼프의 눈에 미디어는 여전히 날조와 선동을 덧씌우는 적 중의 적이다. 내 편 하나 없어 고독한 싸움을 펼치는 투사. 트럼프는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짓고자 한다. 그가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미디어를 싸잡아 트럼프는 ‘mainstream media nonsence’라고 표현했다. 

여자는 성질이 급하고, 감정적이며, 스태미너가 모자라다

트럼프는 아재의 조건 중 빠지면 섭한 명백한 여성혐오와 성차별적 편견 역시 견고하게 탑재하고 있다. 아래는 1차 대선 토론에서’만’ 등장한 그의 성차별적 발언들이다. 화자가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오늘 아침 회사에서 마주친 부장님이라 할지라도 별로 어색한 발언들은 아니다. 

I think my strongest asset maybe by far is my temperament. I have a winning temperament. I know how to win. She does not know how to win.

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저의 성정입니다. 저는 승자의 성정을 갖추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기는 지 알죠. 그녀는 어떻게 하면 이기는 지 모릅니다.
She can't say that because she’s got no business ability. We need heart, we need a lot of things but you need some basic ability.
그녀는 어떠한 사업적 능력도 없기 때문에 저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데에는) 따듯한 마음도 필요하고, 또 많은 능력이 필요하지만 당신은 좀 기본적인 능력조차 없죠.
She doesn't have the look. She don't have the stamina. I said she doesn’t have the stamina. And I don't believe she does have the stamina. To be president of this country you need tremendous stamina.
그녀는 대통령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스테미나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테미나가 없다고 말한 것 맞고, 저는 그녀가 스테미나를 가지고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대단한 스테미나가 필요한데.

아재는 트럼프를 통해 세계화되었다

안타깝게도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과, 클린턴을 향한 태도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의 행동 양식은 대한민국의 표준 아재와 동일하며, 단지 그 ‘글로벌 아재’를 우리가 미 합중국 대통령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첫 대선 토론회의 진행자를 맡은 NBC의 레스터 홀트는 토론회가 끝난 후, 클린턴이 “지나치게 준비를 많이 해 왔다”(overprepared)고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역시 토론 중 클린턴에게 ‘당신은 현장을 안 둘러보고 토론을 준비하느라 실내에만 처박혀 있었겠지만’이라며 그의 준비됨을 공격했다. 클린턴은 미 합중국 대통령직에 출마했다. 이들에 대한 답변은 클린턴의 말로 대신한다. 

I think Donald just criticized me for preparing for this debate. And yes I did. And you know what else I prepared for? I prepared to be president, and I think that's a good thing.
방금 도널드는 제가 이 토론을 준비한 것으로 절 비판한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전 토론을 위해 준비를 마쳤습니다. 또 제가 무엇에 준비가 된 지 아세요? 저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준비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10.12 15:5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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