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활용해 성차별을 반박해 보자 1.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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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활용해 성차별을 반박해 보자 1. 사회심리학

지뇽뇽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편집자의 말 : 인정하자. 현대 한국 사회에 태어난 우리는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살아 본 적이 없다. 성차별은 마치 미세먼지, 방사능, 연교차처럼 현대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살아야 할 환경 조건으로 굳세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성차별을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잘못된 상식도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핀치에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셔 전공을 활용해 성차별의 ‘근거’가 되어 주는 거짓말을 폭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사회심리학 전문가 지뇽뇽이 남자의 특성, 여자의 특성으로 굳어진 사회적 편견들에 대해 실험적 근거로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룹의 특성으로 개인의 특성을 추론하는 것은 많은 경우 적절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그룹 간 차이보다 그룹 내 개인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성의 평균 키가 여성의 평균 키보다 크다고 해도 모든 남자가 모든 여자보다 크지 않고, A 반이 B 반보다 평균 성적이 3점 더 높다고 해서 A 반의 모두가 B 반의 모두보다 똑똑하다던가 A 반은 B 반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듯 말이다. 따라서 어떤 집단의 특성을 개인에게 바로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는 고정관념들이 널리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여자는 수학을 못할까?

여성에게 남성처럼 교육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학 실력이 낮다는 결과가 종종 보고되곤 했다. 하지만 성평등 수준이 높고, 교육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는 사회일수록, 또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이 약한 사회일수록 여성과 남성 간의 수학능력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대표적인 연구들이 동일한 문제도 '수학'테스트라고 하면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불안감이 커져 수학 점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문제해결능력테스트라고 하면 성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들이다(Johns et al., 2005).

69개국의 남녀 수학 성적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남성 여성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활발한 사회에서는 성별에 따라 수학 실력이 차이가 나지 않음을 확인했다(Else-Quest et al., 2010)

여자는 공간지각능력이 낮을까?

수학능력 뿐 아니라 공간지각력 역시 '기회의 평등'이 보장될수록 성차가 사라짐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 우선 코넬대학의 심리학자 스티븐 세시(Stephen Ceci) 등은 호르몬, 뇌 등 지금까지 남녀의 공간지각능력 차이를 살펴본 연구들을 종합하여 남녀의 공간지각능력에 생물학적인 성차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만한 근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Ceci et al., 2009).

여성들이 비교적 못 하는 편인 것으로 알려진 공간지각능력 과제 역시 실험실상에서 조금만 훈련시켰더니 금방 차이가 없어졌으며 그 상태가 3주 이상 유지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Kass et al., 1998). 어렸을 때부터 주로 하는 놀이들을 떠올려보면 남자 아이들은 뛰어놀기, 레고, 자동차, 로봇인 반면 여자 아이들은 주로 집에서 하는 인형놀이를 권장받는다. 타고난 성차보다 학습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는 공감능력이 떨어질까?

한편 ‘공감능력’같이 여성이 더 잘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과제에 대해서도 성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들이 보여주는 결과이다. 일례로 남성에게 ‘상금’을 걸고 공감능력 과제를 시켰더니 여성만큼 공감을 잘 했더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남성은 공감을 ‘못’하기보다 사회에서 그간 별로 요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여성에 비해 남을 신경쓰고 배려하는 일을 ‘안’하려는 것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Klei & Hodges, 2001).

여자가 더 수다스러울까?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수다스럽고 말이 많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편견이라고 한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데이빗 레이저(David Lazer) 연구팀(Onnela et al., 2014)은 남성들과 여성들에게 녹음기를 차고 다니도록 했고 이를 통해서 실제 생활 속에서 누가 더 말이 많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뚜렷한 성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말이 많은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룹의 크기가 클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말이 많은 경향이 나타났다. 하버드 로스쿨 연구에서는 수업 시간에 성비가 비슷해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비해 50% 정도 더 많이 발언하는 편이었다(Alexander, 2004).

이렇게 현실에서 보통 성차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남자는 다 어떻다, 여자는 다 어떻다는 이야기들이 횡행하는 데에는 ‘확증편향’의 역할이 크다. 예컨대 남자가 수학을 못하면 “너 수학 못하는구나”라고 하지만 여성이 수학을 못하면 “역시 여자는 수학을 못해”가 된다는 것이다. 가끔 수학을 잘 하는 여성을 보면 그건 ‘예외’로 치부하며 여전히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혹시 확증편향의 오류를 저지르진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레퍼런스

Alexander, C. S. (2004). Study on Women's Experiences at Harvard Law School.

Ceci, S. J., Williams, W. M., & Barnett, S. M. (2009). Women's underrepresentation in science: Sociocultural and biological considerations. Psychological Bulletin, 135, 218-261.

Else-Quest, N. M., Hyde, J. S., & Linn, M. C. (2010). Cross-national patterns of gender differences in mathematic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136, 103-127.

Johns, M., Schmader, T., & Martens, A. (2005). Knowing is half the battle teaching stereotype threat as a means of improving women's math performance. Psychological Science, 16, 175-179.

Kass, S. J., Ahlers, R. H., & Dugger, M. (1998). Eliminating gender differences through practice in an applied visual spatial task. Human Performance, 11, 337-349.

Klein, K. J., & Hodges, S. D. (2001). Gender differences, motivation, and empathic accuracy: When it pays to understand.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7, 720-730.

Onnela, J. P., Waber, B. N., Pentland, A., Schnorf, S., & Lazer, D. (2014). Using sociometers to quantify social interaction patterns. Scientific Reports, 4, 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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