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됨의 기록: 3. 나는 여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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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됨의 기록: 3. 나는 여자가 아니었다

이로아

나는 급히 채팅으로 몇몇 남자들을 만나야 했다. 원조교제나 조건만남이 한창 문제가 될 때였다. 프로필에 적힌 내 나이와 반반하게 찍힌 사진만 보고 그들은 내게 용돈을 약속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창녀가 되지말라고 아버지가 했던 협박이 나를 창녀로 만든 것처럼, 된장녀가 되지 말라던 인터넷의 무수한 글들이 내게 된장녀의 삶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된장녀가 되지 말라고 호통치면서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단지 그들이 어쩔 수 없이 된장녀 앞에서 호구가 될 것이고 그것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졸렬한 패배선언으로만 보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들을, ‘세상’을 직면했다.

남자들은 나보다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과 쉽게 섹스했다. 계약이었으니까 단지 계약을 이행했을 뿐이다. 누구도 그 쉬운 과정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나를 ‘20대 여자’에 걸맞게 예뻐하거나 찬양하는 낌새는 없었다. 오히려 얼굴이나 몸이 초등학생 같다고 벌벌 떠는 양반들은 있었다.

이 아저씨들은 나와 짧게나마 연애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도 내가 왜 그들과 섹스하는지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냥 발정이 나서 그런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용돈에 대한 사항은 종종 지켜지지 않았다. 그럴 때면 부득부득 우겨서 돈을 받아내고 내 쪽에서 연락을 끊었다. 나는 그 ‘남자’들에게 확실히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만날 때 서툰 화장을 했고, 좋은 적도 없는 섹스를 하고 나서는 울었다. 워터프루프가 아니라서 귀신처럼 변한 얼굴을 씻고 모텔에서 나왔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혹자는 약속장소에서 나를 보고 기대와 너무 달라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불쌍해서 거두어줬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비싼 레스토랑에 한 번 데려가서 계산을 시키자 맛도 없는 게 비싸기만 하다고 화를 냈다. 그것은 음식을 향한 분노였을까, 나를 향한 분노였을까?

푼돈은 생겼다가 증발했고 내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의 존재를 비로소 깨달았고, 그것에 자신이 없었다. 어렸을 때는 크면 TV에 나오는 ‘여자 몸’이 될 줄 알았다. 그 몸이 될때까지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몸이 다 자랐고 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내 불완전한 몸을 본 남자들을 언젠가는 다 죽여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럴 수 있을 리 없지. 그냥 망상이었다.

나는사회일반적인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그냥 나는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주관적으로 꽤 멋진 인간이었다. 내가 스스로 오랫동안 기획하고 달성해낸 이미지였다. 게다가 나는 객관적으로도 어쨌든 그렇게 흉악한 외모는 아니었고,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어려보였고, 생물학적인 나이는 갓 스물을 넘긴 여성이었다. 그래서 내가 사회에서 최강의 권력을 누리는 ‘젊고 예쁜 여자’일 줄 알았다.

나는 ‘걸레’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까지 내 손으로 화장을 한 적이 없었다. 예뻤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 수고를 들여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은 ‘다른 평범한 여자애들’의 행동이었다. 몸무게는 완전히 정상체중이었고 내가 입고 싶은 대로만 입고 다녔다.

끝내 내가 통상적으로 예쁘지 않다는 것을, 여자처럼 행동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을, 공허하게 말해지는 ‘20대 여자’의 권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고 그 기준에 굴종하는 일은 아직 없었다. 자존심이었다. 세상이 이상한 것이었다. 남자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그들도 ‘세상’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학교생활은 어떻게든 굴러갔고, 나는 여전히 내키는 대로 괴상하게 꾸미고 다녔으며, 동아리 생활도 조금 하고 공부도 조금 했지만 정말 친한 친구는 학교에 없었다.

아마 우울증이었을 것이다.

생활은 엉망이 되고 간혹 매스컴을 타는 쓰레기더미 집구석이 바로 내 방이 되었다.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교 커뮤니티에 내가 수업시간에 버릇이 없다며 공개저격글이 올라왔고 굉장한 추천과 동조 댓글들을 받았다. 뭔가 무너져내려서, 한 달 가까이 학교를 갈 수 없었다.

나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소설을 썼다. 어딘가 나를 구원해줄 남자가—아니, 엉망진창인 나라는 인간을 말살하고 그의 일부로 만들 완벽한 남자가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망상이었다.

나는 결국 졸업을 못 하고 휴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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