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활경제 12. 카드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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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활경제 12. 카드 고르기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단벌 신사는 이제 그만

나는 20대 내내 체크카드 한 개로 모든 소비생활을 해 왔다. 현금을 거의 쓰지 않기 시작하면서는 지갑도 없이 목걸이 카드지갑만 달랑달랑 걸고 다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경알못답게 체크카드를 만들 때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당시 주거래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며 추천하는 걸로 했다. 최근 통장 쪼개기를 하기 전까지는 입출금 계좌도 딱 하나였다. 통장 하나에 체크카드 하나. 거의 경제생활계의 단벌 신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정말 정말 경제를 1도 모르는 경알못들을 위한 글이니까, 아주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자. 

체크카드 vs 신용카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차이가 뭘까? 기본적으로, 체크카드는 현금카드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체크카드와 연결된 계좌에 들어있는 현금만 일시불로 사용할 수 있다(물론 하이브리드 카드라고 해서 할부 등 신용카드 기능이 동시에 가능한 체크카드들도 있다.)

신용카드는 신용을 담보로 현재 가진 돈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구조다. 이용대금을 한 달에 한 번씩 몰아서 지급하며, 할부 기능이 있고, 혜택이 좋은 카드는 연회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적립이나 가맹점 할인 혜택은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가 훨씬 좋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도 다르다. 총급여의 25% 이상 금액부터 체크카드는 30%, 신용카드는 15%가 공제된다.

신용카드, 쓸까 말까?

한 푼이라도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경제생활을 위해, 신용카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할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내가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단 10만원을 저축하더라도 미리 적금에 묶어버리고 소비해야 가능한 인간으로, 돈이 있으면 무조건 쓴다. 그런데 돈이 없는데도 쓸 수 있는 소비 시스템에 익숙해진다? 패가망신하는 미래가 선명히 보였다.

세상에는 돈을 쓸 곳이 너무나 많다. 특히나 이제 첫 월급을 받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신용카드를 만드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체크카드만 쓰면서 내 소비 패턴을 알고 나서 만들어도 늦지 않다. 아직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 내 통제력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면서 신용카드 생활에 익숙해지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하지만 신용카드를 쓰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첫째, 적절한 신용카드 사용은 신용등급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전 글에도 밝혔듯이, 오로지 현금으로만 생활해 온 나의 신용등급은 현재 4등급이다. 신용카드 대금이 너무 많거나, 연체가 발생하면 당연히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그러나 한 달에 3~40만원 정도 꾸준히 신용카드를 쓰는 것은 신용등급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신용카드는 각종 할인, 적립 혜택이 많다. 이건 체크카드도 마찬가지다. 적립금이 많거나, 가맹점이 다양하고 할인폭이 크거나, 통신비가 할인된다. 내가 이걸 알면서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았다. 그리고 고심 끝에 괜찮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선택한다 해도 그 혜택을 야무지게 빼먹을 자신이 없었다. 나는 중국집에서 주는 스티커 쿠폰조차 끝까지 채워 본 적이 없는 헐렁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체크카드 달랑 한 개만 10년 가까이 써 온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금융당국이 인정하는 본격적이며 건전한 금융 생활에 도전하기 좋은 시기가 아닐까? 이제는 내 소비 패턴도 어느 정도 파악했고, 혜택이 괜찮은 카드들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나도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영리하게 혜택만 받아먹는 '체리피커'라는 게 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에는 내 소비생활을 도와줄 만한 신용카드와 용도별 체크카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주의할 점.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는 기본적으로 사용을 많이 할수록 혜택을 많이 준다. 전월실적이 얼마 이상이어야 최대 몇 프로 할인이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할인 혜택을 노리느라 전체 소비 규모가 늘어버리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또한 할인 혜택을 받을 항목도 내가 원래 소비하던 항목이어야 한다. 할인을 노리고 안 마시던 커피를 마신다든가 안 보던 영화를 보면 주객전도다. 돈은 안 쓰면 100% 할인이라는 걸 잊지 말자. 전월실적을 만족해서, 할인을 최대한 받으면서도, 소비를 줄이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늘리지는 않으려면 내 소비 패턴에 잘 맞는 카드를 골라야 한다.

신용카드 고르기

신용카드는 무섭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도저히 신용카드가 허락하는 한에서 내 소비를 멈출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좋은 방법이 있다. 어차피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다. 공과금, 관리비,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 보장성 보험료 등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단지 계좌이체를 신용카드 이체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내 경우 공과금, 관리비,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만으로는 전월실적을 채우기에 아슬아슬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다른 고정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로 했다. 매달 8만 5천원씩 내고 등록하는 수영 강습과 라커 비용이다. 그러면 전월실적을 적당히 채울 수 있다. 통신요금은 통신사에, 공과금과 관리비는 카드회사에 전화를 하면 바로 자동이체 전환이 가능하다. 이제 나는 신용카드는 수영 재등록할 때 빼고는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 신용카드 사용하기 성공!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신용카드 중에는 공과금, 관리비,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 중 일부가 전월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전월실적 인정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나는 현대카드 하이마트Mobile M Edition2(통신할인형)을 선택했다. 전월실적 30만원 이상이고, 통신비를 이 카드로 자동이체 할 경우, 36개월 간 통신비가 월 1만 7천원씩 할인된다(연회비 1만 5천원). KT, SKT, LGU+ 모두 가능하다.

이 외에도 통신비 할인이 가능한 신용카드에는 국민 KT Super DC7, 롯데 텔로 SKT, 우리 SKT, 우리 LGU+라서 The 즐거운, 우리 뉴 LGU+ 등이 있다. 필요한 전월실적과 최대 할인 규모, 그리고 전월실적 인정 항목을 잘 따져보고 결정하자.

체크카드 고르기

체크카드는 주로 이용할 카드를 하나 정하고, 나머지 카드는 용도별로 나눴다. 카드별로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소비 패턴에 잘 맞는 게 중요하다. 내가 주 카드로 정한 건 신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다. 원래 주거래 은행이 신한은행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할인 혜택 조건이 파격적이다. 전월실적 없이, 가맹점 제약 없이 어디서 사용해도 무조건 사용액의 1%가 네이버페이로 적립된다. 단 최대 적립액은 1만원, 즉 최대 100만원을 사용했을 때 1만원까지 적립된다. 전월실적이 얼마인지, 어디서 사야 할인이 되고 적립이 되는지 이것저것 안 따지고 막 써도 적립이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네이버페이로 종종 의류나 먹거리를 주문해 먹는 나에게 적절하다.

또 다른 주 카드로 주목받는 것이 KB국민 파인테크 체크카드다. 이 카드는 전월실적 30만원 이상이어야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주요 혜택은 다음과 같다.

  1. 휴대폰 요금 5만원 이상 자동이체 시 월 5천원 할인
  2. 대중교통비 5% 할인(최대 월 1500원)
  3. 편의점 앱카드 환급할인 5%(최대 월 2500원, 건당 5천원 이상)
  4. CGV 30% 할인(최대 월 6천원, 건당 1만원 이상)
  5.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30% 매장 주문 20% 할인(최대 월 6천원, 건당 1만원 이상)

휴대폰 요금이 5만원 정도이고, 대중교통비를 3만원 정도 사용하고, 영화를 월 2회 이상 보거나 스타벅스에서 한 번에 만원 이상 결제한다면 이 카드도 나쁘지 않다. 나는 이미 통신비 할인을 신용카드로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카드를 선택하지 않았다. 혹시 아직 신용카드를 만들기엔 자신이 없고, 체크카드만으로 통신비 할인을 받으려면 괜찮은 선택이다. 이동통신 3사 모두 가능하다.

내가 선택한 서브카드는 신한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다. 나는 개인적인 취미 생활로 매월 꾸준히 20~30만원 정도 사용하는 영역이 있다. 그 취미활동은 카카오페이로 구매 가능하다. 이 경우 신한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알맞다. 전월실적 20만원 이상일 때 카카오페이 결제 10%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최대 월 6천원).

비슷한 카드인 새마을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는 캐시백 할인 폭이 15%로 조금 더 높다. 전월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최대 월 1만원, 50만원 이상이면 최대 월 1만 5천원까지 늘어난다. 요즘은 카카오가 여기저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이마트를 통해 장보기도 할 수 있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제법 많다. 월 통합한도 내에서 다음과 같은 가맹점에서 캐시백 할인을 받을 수 있다.

  1.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에서 5% 할인(월 2회, 건당 최소 금액 없음)
  2. 쿠팡, 위메프, 티몬에서 소셜커머스 10% 할인(월 4회)
  3.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2천원 할인(월 2회, 건당 7천원 이상)
  4. 스타벅스, 커피빈, 탐앤탐스, 카페베네에서 10% 할인(월 2회)
  5.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미스터도넛, 던킨도넛에서 10% 할인(월 2회)

할인 가맹점과 카카오페이가 평소 고정적으로 소비하는 항목과 잘 맞는다면, 그래서 캐시백 할인을 한도까지 잘 써먹을 수 있다면, 그리고 전월실적을 채울 자신이 있다면 이 카드를 주 카드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 나는 남편과 매월 사용하는 공동생활비 규모와 항목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져, 이 카드를 공동생활비 카드로 정했다. 연인끼리 데이트 통장 체크카드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 체크카드는 많다. 딱 두 가지만 기억하자. 전월실적을 채우느라 지금보다 소비가 늘어나면 안 된다. 할인을 받으려고 안 사던 걸 사면 안 된다. 현재 소비패턴을 유지하거나 줄이는 선에서 최대한의 할인혜택을 노리자. 한 달에 만원 남짓한 혜택을 받으려고 10만원을 더 쓰는 우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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