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애서발견 11. 왜 너를 잃었는가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수능이 끝난 학교는 난장판이었다. 고등학교 3년 간 노력한 이유는 수능 하나였으니까. 그간 지켜온 개근을 수능이 끝나고 놓아버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선생님들도 대부분 수업을 하지 않았다.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돌아가며 보고싶은 영화를 다운 받아왔다. 아침 영어 방송이 나오던 TV는 선생님도, 학생도 무료한 수업 시간을 영화 보는 시간으로 바꿔줬다.

어느 하루는 누군가가 <추격자> 를 다운 받아왔다. 김윤석과 하정우의 욕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어떤 영화든 봐야 선생님들이 수업을 안 했다. 영화는 점심 시간까지 계속됐던 것 같다. 나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원래 그렇게 잔인하거나 계속 긴장하며 봐야 하는 스릴러물을 잘 못 보긴 하지만 그 영화는 유독 불편했다. 모든 장면을 본 것도 아니었는데 모자 쓴 하정우가 꿈에 나와 거의 일주일 동안 나를 추격했다. 나는 그 뒤로 가능한 스릴러물을 보지 않았다.

2018.02.02 14:16 발행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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