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답하다 4. 생리할 때 운동해도 되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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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답하다 4. 생리할 때 운동해도 되나요? (2)

Holly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 주의!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정보를 사용하여 건강 상의 문제 또는 상태를 진단하거나 치료하지 마십시오. 식이 요법 변경, 수면 습관 변경, 보충제 복용 또는 새로운 운동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3주차: 시원하게 운동하고 포카리 한 잔!

유난히 덥고 숨이 찬다면

다른 때보다 유난히 운동할 때 더워서 현기증이 나는 날이 있습니다. 숨이 헉헉 찹니다. 휴대전화를 열어 클루(clue)나 플로(flo) 같은 생리 달력 앱을 확인해 보니 생리주기 후반부에 들어섰다고 알려줍니다.

생리주기 후반부인 황체기에 들어서면, 점점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체온이 상승합니다. 항상성을 벗어난 체온을 낮추기 위해, 스마트한 우리 몸은 심혈관계에 더 많은 혈류를 내보내도록 부담을 가하게 되는데요. 심박이 빨라지며 숨도 많이 차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기간 동안에는 운동부터 탈진까지의 시점이 다른 정상체온 기간 대비 줄어들 수가 있다고도 합니다.

경험적으로도 그렇습니다. TIMBER 의 멤버들이 유난히 고강도 유산소 동작인 버피(Burpee)를 연이어 하기 힘들어하거나, 혹은 동적인 웜업을 짧게 수행하였음에도 에어컨을 켜 달라는 요구를 하면 저는(?) 묻습니다. 

“혹시 다음 생리 언제 시작하나요?”

그늘에서 쉬고 마시고

일러스트 이민

마라톤이나 사이클링, 축구 등의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이 시기의 체온관리에 더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다가오는 여름에 수시간의 야외 활동계획을 세우실 때에는 무리한 운동계획을 세우기보다 내 몸에 충분한 쿨다운 시간을 가지고, 포카리 하나 사 먹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기로 합시다.

나아가 <ROAR>에서는 경쟁적 스포츠에 종사하시는 분의 경우, 땀을 통해 수분과 함께 유실되는 전해질(electrolytes-sodium, potassium, magnesium, calcium 등)을 이 기간 동안 별도 보충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마라토너와 사이클러들은 주요 경기를 앞두고 전해질 로딩(Loading, 미리 해당 영양소를 보충해 놓는 것)을 실행한다고 합니다.

꼭 보충이 필요한가, 어느 정도의 전해질 보충이 적당량인가, 하는 문제에는 여느 영양소와 같이 명확히 정리된 학계의 여론은 없어 보입니다. 저의 경우 정확한 양을 재어가며 먹기 보다는 긴 운동 중에 전해질이 풍부한 코코넛 워터나 바나나를 섭취하며 영양소 유실에 대비하는 편입니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 게 중요한 때

일러스트 이민

책에서는 프로게스테론은 우리의 몸이 원활히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하나, 단백질대사를 방해하며 기껏 만들어놓은 근육을 무너뜨리는 이화작용(catabolic)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에 이 기간 동안에는 근회복 매커니즘이 지연되고, 이미 힘들게 만든 근육도 분해에 취약해진다고 합니다. 활발히 일어나는 근단백질 이화작용을 축소하기 위하여 이 기간 동안 단백질 섭취를 증량하는 게 어떨까요? 운동 후 마시는 단백질 파우더 두 스쿱에 피낫 버터와 바나나까지 갈아서 먹으면 완벽.

4주차: Mindfulness

익숙한 이야기

생리 직전에 누가 날 건드리면 아주 제삿날을 만들어주겠다는 파이터의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혹은 마음이 축 가라앉기도 하지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감하며, 우리가 흔히 PMS라고 흔히 줄여 말하는 월경전증후군(허리 통증, 복부 팽만감, 유방 통증, 여드름, 우울감, 분노감 등)에 몸과 마음이 취약해집니다. 물론 경미하게 스쳐지나가거나 없으신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저의 경우 짧지만 강렬하게 PMS를 겪는 편이기에 이 기간동안 피트니스 센터에 도착하기까지의 발걸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존재를 고민하기도 하며, 나의 삶의 방향성까지 질문을 해 봅니다. 이렇게 중대하게 고민할 사항이 많거늘, 오늘만 운동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민만 두어 시간을 하다 보면, 이미 저녁 10시. 아까 운동 갈걸 하는 후회가 밀려올 쯤에는 이미 우울할 대로 침잠한 상태가 됩니다.

내 에너지는 내가 다시 채운다

하지만 내 에너지는 내가 만든다는 말이 이 기간 동안 가장 와닿기도 합니다. 그래, 나가자, 라고 결심하기 어려우면 제자리에서 팔벌려뛰기를 10개 해 봅니다. 몸이 데워지고, 나갈 힘이 조금 생겼습니다. 10개를 더 해 봅니다. 이제는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내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헬스장에 도착해서는 혹은 남산 밑 소월길에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내키면 저중량으로 내가 평소에 부족했던 스내치 동작을 연습하며 테크닉의 향상에 집중합니다. 이처럼 PMS 기간은 이로 인한 우울감과 집중력 저하, 피로감을 딛고, 침잠하는 기분을 스스로 알아차리고(mindfulness) 개선시켜 주며 내 몸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PMS와 담배

일러스트 이민

흡연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등의 호르몬 분비 상태를 변화시켜 PMS 를 증가시키거나, 체내 비타민D 수준을 낮춰 PMS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의 버톤-존슨 박사는(Dr. Elizabeth R. Bertone-Johnson) 1989 년부터 116,678 명의 미국 간호사 데이터를 누적해온 간호사 건강 연구 II (Nurses' Health Study II)를 살펴보며 연구 진행기간 첫 2년 동안 PMS 현상이 없던 1,057 명과, 그 기간 동안 PMS 증상을 발달시키게 된 1,968 명을 비교했는데요.

이 연구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흡연시작 2년에서 4년 이내 PMS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2.1배 높았다고 합니다. 특히 15세 미만부터 흡연하기 시작한 경우 PMS 증상이 발생할 확률이 2.53배 높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호르몬이 전부는 아니다

호르몬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생리주기에 따른 유산소 운동이나 역도성 무산소 운동의 퍼포먼스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내 몸에서 4주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면밀히 알고 트레이닝 여정을 지속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경우와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이번 글을 쓰며 호르몬이라는 통제가 어려운 변인에 의해 기분과 몸 상태가 변화해도 일상을 지켜나가는 우리는 강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계속 변화하기에 현대의 환경에서 위대해질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습니다. 우울할 때는 창작의 천재성으로 나아가고, 세상의 꼭대기보다 높은 자신감이 들 때는 바벨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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