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릴 권리를 위하여 3. 피 흘리지 않는 마법? 미레나 I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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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릴 권리를 위하여 3. 피 흘리지 않는 마법? 미레나 IUD

신한슬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한 달에 한 번, 고통이기도 하고, 안심이기도 하고, 당연한 일상이기도 한 월경. 내 몸에서 평생 동안 일어나는 일인데, 정작 월경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돌아보면 막막해진다.

월경에 대한 모든 것을 전시하고, 강연하고, 질문하고, 실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제 2회 월경박람회>가 5월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열린다. 핀치에서 4회에 걸쳐 월경박람회 미리보기를 준비했다. 세 번째 기사에서는 생리를 하지 않거나 양이 줄어든다고 알려진 새로운 피임 시술, '미레나 IUD'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마법 같은 구원자?
정말 그럴까?

생리를 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주변에 비해 생리통이 아주 심한 편은 아니고 생리 양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이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을 그만둘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미레나 IUD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무월경’이라는 세 글자였다.

솔직히 말하면 무식한 내 눈에 미레나 IUD는 조그마한 마법 도구처럼 보였다. 이것만 하면 생리가 사라지고, 그러면 생리통도 사라지고, 생리대가 팬티와 어긋나서 이불에 피가 묻는 일도 사라지고, 더 이상 생리대에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생리의 지옥으로부터 날 꺼내러 온 구원자, 미레나!

그건 정말 심각한 착각이었다. 미레나는 엄연한 의료기기다. 게다가 몸 안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자가 감히 신성한 영역에 뭔가를 집어넣다니!’ 하는 류의 낡고 비과학적인 발상에 휘둘릴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이 기구를 착용했을 때 여성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며, 여성은 어떤 부담을 져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는 있다. 내 몸이고, 내 건강이니까.

예를 들어 피부에만 작용하는 피어싱이나 타투를 한다고 해도 그렇다. ‘여자가 어딜!’ 하는 통념은 무시해 마땅하지만, 시술 시 통증은 어느 정도인지, 그 후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관리해줘야 염증 등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지, 위생적이고 안전한 업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잘 알아보고 시도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물며 몸 속에 착용하는 의료기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알아봤다. 미레나 IUD, 넌 대체 누구니?

기초 개념

일러스트 이민

IUD는 'Intrauterine Device'의 약자로, 글자 그대로 하면 '포궁 내막 기구'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피임을 위해 질을 통해 포궁 내막에 Y자 모양 기구를 넣는 시술을 말한다.

IUD에는 호르몬 타입과 구리 타입이 있다. 호르몬 타입은 합성호르몬인 ‘프로게스틴’을 이용한다. 이 호르몬 때문에 포궁 내부 점액이 더 끈적끈적해져서 정자가 뚫고 지나갈 수 없게 된다. 또한 프로게스틴은 포궁 내벽을 얇게 만들어 착상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UD가 많은 경우 생리 양을 줄인다고 알려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구리 타입은 IUD 기구 끝에 구리가 감겨 있다. 구리에서 나오는 특정한 독성 물질이 정자를 무력화한다. 미국의 ‘패러가드(ParaGard)’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미레나’는 호르몬 IUD 중 특정 브랜드 이름이다. 이외에도 호르몬 IUD 브랜드로 스카일라(Skyla), 카일리나(Kyleena), 릴레타(Liletta)가 미국을 중심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한 번 시술한 뒤 카일리나는 최대 3년까지, 스카일라는 5년까지, 릴레타와 미레나는 7년까지 착용할 수 있다.

‘팔에 하는 미레나’로 알려진 피임기구는 IUD가 아니다. 포궁 내막에 장치하는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팔뚝에 넣는 호르몬 피임기구를 ‘임플라논’ 또는 ‘임플란트’라고 부른다. 프로게스틴 호르몬을 이용한다는 피임 원리는 호르몬 IUD와 유사하지만, 장착하는 부위가 다르고, 알려진 부작용이 다르다.

반드시 의사와 상의할 것!

사실 피임약의 주요 성분도 합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다. 하지만 피임약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IUD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자리를 잡고 나면 3~5년 간 유지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일상생활이나 삽입섹스 시에 이물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IUD는 기본적으로 피임 기구로 발명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레나 IUD는 유일하게 생리 과다, 생리통의 치료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생리 과다와 생리통을 치료하는 방법에 피임약, 미레나 IUD, 포궁적출 수술 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각각의 방식에 장단점이 있으니, 이를 충분히 알아보고 또한 의사와 상의한 뒤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레나 IUD를 제거하면 생리도 돌아온다.

물론 생리 과다, 생리통 증상이 있다고 해도 질병 이력이나 저혈압 등 여러 의학적 조건 때문에 미레나 IUD 시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에 이런 증상이 있는데, 미레나 IUD 시술을 해도 될까?’라는 궁금증이 있다면 반드시 시술 전에 의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시술 방법

미레나 IUD는 이렇게 생겼다.

사진 조아현

산부인과 전문의 박슬기씨가 트레이닝용 IUD 기구를 보여주고 있다. 파란색 부분이 포궁이라고 가정할 때, 의사가 손에 쥐고 있는 흰 것이 가이드다. 질을 통해 이 가이드를 넣어, 포궁경부에 가이드 끝부분을 넣고, IUD를 포궁 안 제 위치에 ‘발사’하듯이 내려놓는다. 가이드 끝에 Y자로 휘어진 하늘색 부분이 미레나 IUD다.

사진 조아현

사진에 나온 것처럼, IUD의 Y자 양쪽 부분이 나팔관 쪽에, 가운데 부분이 포궁경부를 향해 잘 자리잡으면, 가이드를 천천히 빼서 제거한다. 그러면 실 부분이 남는다. 사진에 손으로 '가위' 모양을 한 것처럼, 포궁경부로 빠져나온 실을 적당히 자른다. 너무 짧게 자르면 나중에 IUD를 제거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너무 길게 자르면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적당히’ 잘라야 한다.

사진 조아현

당연히 포궁 안에 뭔가 넣는 과정에서는 이물감이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생리통 같은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시술 과정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의사에게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반드시 이야기하고 상의해야 한다.

질 모양 기구를 통해 시술 과정을 설명하는 박슬기 의사. 사진 조아현

후폭풍 또는 부작용

일러스트 이민

미레나 IUD의 가장 큰 단점은 부정출혈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시술 후 사람에 따라 짧게는 며칠, 길게는 6개월까지도 부정출혈이 일어난다. 쉽게 말해 생리 마지막 날처럼 비교적 적은 양의 피가 불규칙하게 질을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6개월까지는 정상적으로 부정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이상 부정출혈이 일어나면 IUD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정출혈이 꾹 참고 견딜 만한 ‘당연한 결과’인 것은 아니다. 박슬기 의사는 핀치와의 인터뷰에서 “부정출혈이 6개월 이하면 의학적으로 괜찮으니까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삶의 질을 간과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몇 달간 언제 출혈이 일어날 지 몰라 시종일관 팬티라이너를 갈아야 하는 건 분명히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출혈의 양이나 빈도, 통증이나 부종 동반 여부를 반드시 의사와 긴밀하게 상의해야 한다.

부종, 즉 온몸이 붓는 증상 역시 다수 관찰된다. K는 생리과다 증상 치료를 위해 미레나 IUD 시술을 했고, 2달 반 가량 부정출혈과 간헐적인 통증을 거쳐, 마침내 미레나 IUD가 제자리에 안착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부정출혈이 멈추면서부터 하복부가 단단하게 부어올랐다. 별다른 통증이 없음에도 이런 더부룩함이 K의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결국 K는 미레나 IUD를 시술했던 산부인과 의사와 상의해 미레나를 제거하기로 했다.

미레나 IUD 시술 뒤 급격히 살이 찌거나 반대로 살이 빠지는 경험을 한 여성들도 있다.

이외 미레나 IUD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흔히 발견되는 부작용이라고 언급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시술 과정에서 또는 시술 후 통증, 출혈, 어지러움을 느낀다. 만약 시술 후 30분 이상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미레나 IUD가 정확한 위치에서 벗어났을 수 있다. 의사와 상의해 위치를 바로잡거나 제거해야 하는지 검진해봐야 한다.
  2. 미레나 IUD가 자연적으로 빠져나와 버릴 수 있다. 이런 경우 피임 효과가 없고 생리 과다도 지속되므로 검진이 필요하다.
  3. 난소에 물혹(cyst)이 생길 수 있다. 미레나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레나를 시술한 100명 중 12명이 난소에 물혹이 생겼다고 한다. 물혹은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도 있지만, 통증을 일으키거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미레나 홈페이지에 따르면, 위의 부작용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1. 골반염
  2.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염증
  3. 포궁 천공. 포궁벽에 상처가 생기거나 구멍이 뚫리는 현상

미레나 IUD 시술 후에 하복부 통증을 느끼거나, 포궁 부분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고열이 나거나, 양이 많은 하혈이 오래 지속되거나, 섹스 중 통증을 느끼거나, 성기에 쓰라림이 느껴진다면 즉시 의사에게 증상을 보고해야 한다.

미레나 소송 전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미레나 IUD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IUD다. 한국에서 '미레나'는 IUD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마치 탐폰이 처음 수입됐을 때 '템포'라는 특정 브랜드명으로 대명사처럼 통용된 것과 비슷하다. 

유명세에 비례하는 것일까? 미레나는 전세계에서 부작용이 가장 많이 보고된 IUD이기도 하다. 미레나 IUD 사용자들이 직접 페이스북에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서포트 그룹'만 십수개다. 그 중에는 1만명 이상 가입된 그룹도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에서 미레나 IUD 시술이 신경계 장애를 일으켰다는 소송까지 벌어졌다.  이외에도 미레나 IUD의 제조업체 바이엘(Bayer)은 미레나 IUD와 연관된 수많은 소송을 치렀다. 현재 미레나 IUD 홈페이지에 심각한 부작용의 한 가지로 언급된 포궁 천공만 봐도 그렇다. 4천 건이 넘는 소송이 제기될 때까지, 바이엘 회사 측에서는 미레나 IUD가 포궁 천공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2018년 4월, 바이엘은 포궁 천공이 미레나 IUD의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협의서에 사인했다.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칼날 위에 서다 : 첨단 의학의 덫(The bleeding edge)>에 등장하는 유명한 '실패작', 피임 기구 이슈어(Essure)의 제조사가 바로 바이엘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슈어는 포궁 내막 피임 기구의 일종이지만, 미레나처럼 호르몬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코일을 사용해 나팔관 쪽 포궁 내막에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피임기구였다. 이슈어는 허술한 FDA 승인 과정과 조작된 임상실험 설문 결과를 거쳐 무분별하게 판매됐다. 이슈어 시술 피해자들은 페이스북 그룹에서 4만 명 이상 모여 부작용을 공유하고, 입법자들을 움직이고, 언론 활동을 펼쳐 2018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이슈어 판매를 중단시켰다.

공평하게 말하자면 바이엘의 이런 '악명'은 미레나 IUD와 관련된 소송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2015년, Dr. Mahyar Etminam이라는 의사는 미레나 IUD가 특발성 두개골 내부 긴장 항진(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이라는 신경계 장애에 연관이 될 수도 있다는 근거가 되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질병을 현재 바이엘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인 신경계 장애 부작용 중 하나다. 그런데 2017년, 이 의사는 바이엘을 상대로 소송 중인 변호사들에게 돈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고, 보고서 결과도 그들을 위해 조작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런 사건을 쭉 늘어놓고 보면, 부작용과 관련된 소송이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미레나 IUD가 무조건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엘만큼이나 바이엘에게 소송을 거는 변호사들도 신뢰를 잃을 만한 '악명'을 쌓아 왔으니 말이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일러스트 이민

여성마다 생리의 경험이 다르듯이, 미레나 IUD 경험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 몸으로 실험을 해 볼 수는 없는 노릇. 박슬기 의사는 "마음껏 검색해 보고, 충분히 숙고해 보고, 끝까지 의사에게 질문하라"고 권한다. 결국 내 몸을 진찰해 보고, 문진해 보고, 진단해 본 산부인과 의사에게 끈질기게 묻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왜 미레나 IUD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목적을 과연 이룰 수 있을지, 내가 불안한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인터넷에 본 바에 따르면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데 그럴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얻는 이득이 과연 클 것인지, 당신이 가진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나의 궁금함을 해소시켜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금융상품을 팔 때, 소비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만족할 때까지 설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설명만 하는 것을 '불완전판매'라고 한다. 하물며 내 몸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시술을 '불완전판매'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종합적인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기(Informed Decision) 위해서라면, 의사를 괴롭히는 걸 무서워하지 말자.  내 몸을 들여다보는 것도 잊지 말자. 최소한 미레나 IUD가 인생을 바꾸는, 아주 쉽고 간단한, 전혀 통증도 느낌도 없는, 누구나 천국으로 이끌어주는 구원자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그건 잘못된 광고 이미지다.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건 피임 또는 치료의 한 방법일 뿐이고(다른 방법도 존재한다), 비교적 최신에 발명된 시술이라는 걸 잊지 말자. 해당 산부인과 의사가 미레나 IUD를 실제로 시술해 본 적이 몇 번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숙련된 손길을 원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테니.

좋은 점이라면 미레나가 한국에서 IUD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까닭에, 한국 포털 사이트에 '미레나 후기'라고만 검색해도 수많은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적인 정보를 얻어 판단을 내리자. 우리에겐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제 2회 월경박람회>에서는 미레나 IUD 시술 경험자와 산부인과 전문의의 대담 세션을 직접 참관해 더욱 자세하고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5월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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