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생리컵, 구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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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 생리컵, 구매 편

라랄라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 가이드는 많이 사고, 많이 영업하고, 많이 후회하는 필자가 직접 써본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리뷰하는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아이템은 생리컵 입니다.

급작스럽게 생리컵을 사야겠다고 결정하고 난 뒤, 호기롭게 바로 구매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았다. ‘아픔’이나 ‘불편’을 토로하는 글이 의외로 많더라. 몸 안에 착용하는 민감한 제품이라 찬찬히 살펴볼 수 밖에 없었는데, 많은 후기들을 보다 보니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키워드가 보였다. “삽입/꺼내기가 어려움” “잘못된 길이로 인한 자극” “ “비우고 나서 다시 착용하는 것의 어려움” – 이 불편들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서칭을 계속하니 “길이” / “탄성” / “용량”이라는 세 가지 구매 기준이 드러났다.

세 가지 기준
“길이” / “탄성” / “용량” 

(*아래의 서술은 이 게시물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밝혀둔다.)

길이

생리컵의 메커니즘은 포궁(자궁의 성 평등을 지향한 단어)과 질 사이에 의료용 실리콘 소재인 컵을 착용하여 생리혈을 받아내는 것이다. 사람마다 그 통로의 길이가 다르므로 각자에게 잘 맞는 아이템을 잘 골라내는게 포인트. 생리컵은 주로 생리혈을 받아내는 컵 부위와 탐폰의 실과 같이 손잡이 역할을 하는 꼬리 부위로 구성되어있는데, 4~9cm까지 그 길이가 다양하다. 여러 가지 길이와 모양의 제품들이 있으니 본인의 포궁 길이를 우선 알고 이에 따라 맞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다양한 생리컵의 모양.

포궁 길이의 가늠은 어떻게 할까? 포궁의 위치는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몸 상태에 따라서도 다른데, 생리컵은 생리 기간에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사용에 적절한 길이를 알기 위해서는 생리중 포궁 길이를 재어봐야 한다. (생리 중에는 포궁이 평소보다 더 아래로 내려온다.) 이것을 풀어 쓰면 몸에 꼭 맞는 생리컵 장만을 위해서는 생리 중에 자신의 중지를 질 안에 넣어 그 길이를 가늠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 생리중이 아니라면 안타깝지만 올바른 구매를 위해서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

생리컵 브랜드Me Luna의 공식 사용법 이미지. 포궁 입구에 착용하는 생리컵을 해부도로 보면 이렇게 된다. 포궁길이보다 긴 생리컵을 착용하게 되면 질 입구에 걸쳐 제대로 착용하기 어렵다. 또, 꼬리 등이 외음부까지 침범하게 되면 아픈 듯한 이물감마저 느껴진다고 하니 조심하자.

질 안에 중지를 넣어 중지가 한 두 마디를 남기고 포궁부에 닿는지, 중지의 끝에 포궁이 닿는지, 끝까지 뻗어도 포궁이 닿지 않는지를 확인한다. 이에 따라 거칠게 낮은 포궁 / 보통 포궁 / 높은 포궁으로 분류된다. 낮은 포궁 일수록 짧은 제품을 사용하고 꼬리도 너무 긴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다. 낮은 포궁이지만 생리양이 많은 경우, 컵 길이가 길지 않더라도 생리혈을 많이 담아낼 수 있는 스타일의 생리컵(femme cycle류)들도 출시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잡담>

국내에는 낮은 포궁이 주류를 이루는데, 테스트 결과 나는 의외로 높은 포궁이었다. 그러나 잘 휩쓸리는 성격 답게 “엥;;한국 여성들은 주로 낮은 포궁 이라는데 나만 높을리가....” 라는 생각으로 중간 사이즈를 구입. 심지어 포궁이 낮은 사람들은 긴 꼬리(STEM)형이 거슬리기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 제품 둘 중의 하나는Ball Style로 구입해버렸다. (꼬리가 긴 만큼 길이가 늘어나니 낮은 포궁인 분들에게는 긴 꼬리형 생리컵이 불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매우 후회했으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다른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본인의 측정한 포궁 길이에 맞는 제품을 구입했으면 좋겠다. 익숙해져서 생리컵을 낳는 방법을 알기 전까지는 아 내가 결국 이걸 못 빼서 산부인과에 가는 건가...? 하는 상상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탄성

생리컵의 탄성은 생리컵의 착용 과정과 관련이 있다. 생리컵을 실제로 받아 보면 손바닥 반 정도의 깔대기 형태인데, 사용하기 위해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 접는 방식을 ~폴드라고 한다.) 구겨서 질 안에 욱여 넣는다. 이 때 어떤 생리컵은 질 안 에서 살짝 비틀기만 해도 자동으로 원상태로 펼쳐지고, 또 어떤 생리컵은 인위적으로 펼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보통 초심자용으로 탄성이 높은 것을, 고수용(?)으로 탄성이 낮은 것을 추천하는데, 탄성이 낮을수록 자동으로 원 형태를 복구하지 못해 사용자가 질 안에 손을 넣어 구겨진 컵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탄성이 높을수록 방광에 가해지는 압박이 높아 이물감이 있을 수 있지만 때마다 손을 넣어 컵을 펼치는 작업이 고역이므로 초심자일수록 고탄성 제품을 권하는 것이 대중적이다. 고탄성 제품은 압착이 더 잘 되어 초심자에게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나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탄성이 비교적 높은 제품과 낮은 제품을 모두 구매해 보았지만 살짝 비트는 정도로 생리컵이 몸 안에서 자동으로 펴지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검색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안 펴져.....’ ‘펴보려다가 보지 꼬집었어…’) 심심찮게 접한 바, 나는 과감하게 부드러운 제품을 사고 손가락으로 펴서 착용하는 방법을 더 추천하고 싶다. 부드러운 생리컵을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착용하는 방법도 3편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탄성이 있는 컵과 그렇지 않은 컵의 탄력성을 비교해 봤다. 생각보다 탄성 차이가 상당하다. 왼쪽은 유우키 이코노미(투명), 오른 쪽은 메 루나 클래식(보라색)이다. 동일한 속도로 느리게 되감아 보았다. 메루나 쪽은 한 번에, 유우키 쪽은 단계적으로 펼쳐지는걸 알 수 있다.

용량

생리컵의 용량이란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생리혈의 양을 뜻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리컵을 빼서 세척하고 다시 넣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먼저 말하는 편이 좋겠다.

<내가 생리컵을 재착용 하는 법>

  1. 생수통에 물을 담아 챙긴다 (최소 500ml)
  2. 화장실을 찾는다.
  3. 손을 씻는다.
  4. 칸에 들어가 앉는다.
  5. 생리컵을 뽑는다.
  6. 생리컵에 모인 생리혈을 버린다.
  7. 생리컵을 생수로 씻는다
  8. 여성 청결 티슈로 생리컵을 마저 닦아준다.
  9. 생리컵을 다시 착용한다.
  10. 남은 생수로 손을 씻는다.
  11. 옷을 입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 다시 손을 씻는다.

(평균 소요시간 5~10분)

이 과정의 번거로움 때문에 나는 30ml에 가까운 컵을 추천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장기에 가해지는 압박이나 이물감이 심할 수 있고, 적응하기 까지 착용이 어려울 수 있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거나 초심자인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참고하자.

이론적으로 건강한 여성이 하루에 60ml 이상 하혈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30ml근처의 제품을 구매한다면 12시간정도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즉, 야근만 없다면 착용 후 집에 올 때까지 바깥에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물론 이것은 이론상 그런 것이고 나의 경우 왠지 모를 찜찜함 때문에 하루에 3-4번 교체를 하는 편이지만, 생리기간 내내 그 어떤 굴도, 짓무름도, “쩌저적”하는 사운드도 마주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에. 외부에서 한 번 정도는 위의 수고로움을 감당할 만 하다.

"진보한 생리 환경"

이렇게 세 가지 생리컵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 논해보았는데, 사실 논하고 나니 좀 진이 빠질 정도다. 잘도 이 모든 과정을 뛰어넘어 생리컵을 사용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뛰어넘어 익숙해질 수 있다면 분명히 진보한 생리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만큼은 말해 두고 싶다.

앞선 글을 통해 세 가지 기준을 검토했다면, 어떤 생리컵이 본인에게 적합 할지는 생리컵의 스펙을 모아 기록해둔 이 사이트에서 비교 대조하여 고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메갈리아 게시글에서도 성향별로 대표적인 컵들을 추천하고 있으니 참고해보자. 나는 구매 대행 없이 Feminine Wear라는 영국 사이트에서 생리컵을 직구했는데 배송료가 좀 비싼 편이다. 다만 자주 세일을 하고 취급 제품이 넓은 것이 장점이며, 사이트UI도 직관적이라 통관부호와 해외 통용 신용카드(비자/마스터 등)가 있다면 크게 번거로울 것은 없다. 배송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다. 생리중 포궁길이를 측정하고 구매한다면 도착 하고도 2주 뒤에나 다음 생리가 도래하므로 느긋하게 기다려도 될 것이다.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것은 탄성의 정도가 다른 생리컵 두 종류를 첫 구매 시 한꺼번에 사는 방법이다. 길이는 그나마 가늠이 된다고 해도 탄성과 압박에 대한 본인의 느낌은 착용해 보기 전엔 여간해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왕 해외 구매를 하는 김에 처음부터 두 가지를 구매하면 본인이 어떤 성향의 생리컵에 더 적합한지 헤매는 과정이 단축될 것이다. 여러분의 골든컵(자신에게 꼭 맞는 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너무 험난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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