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답하다 6. 차원이 다른 몸풀기, 부두 플로싱

알다운동

운동으로 답하다 6. 차원이 다른 몸풀기, 부두 플로싱

Holly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정보를 사용하여 건강상의 문제 또는 상태를 진단하거나 치료하지 마십시오. 필요시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여느 스포츠 재활 도구처럼 부두 플로싱(Voodoo Flossing)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플로싱의 효과와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적 연구만이 존재합니다.

 

Voodoo Flossing 101

저는 오랫동안 스스로의 몸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해 왔었는데요. 운동을 공부하고 나서부터, 제가 하체의 근육 가동범위(Mobility)가 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큰 콤플렉스가 되었습니다. 특히 발목이 너무 뻣뻣하여 허리를 과하게 꺾지 않고는(overextension) 풀 스쿼트로 앉기가 어려웠던 게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스트레치 보드 위에 올라서서 언제 발목이 유연해질까 침울한 표정으로 있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 봅니다. 요가, 폼롤링, 라크로스볼, 심지어 일반 밴드 플로싱까지도 제 아킬레스건을 도와주지 못했었고, 진지하게 근육 이완 주사를 알아보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 저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부두 플로싱'입니다. 과장 같지만, 부두 플로싱을 단 2 회 하고 나서 마치 비포-애프터 사진처럼 명백하게 발목 유연성이 개선되었습니다. 총 플로싱 시간은 10분 이내

그 동안 모빌리티 워크에 투자한 매몰비용을 떠올리면 억울할 정도로 즉각적인 풀 스쿼트 자세 개선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에는 크로스핏 박스에 가서 가벼운 무게로 스내치 동작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부두 플로싱을 여러분께 꼭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부두 플로싱이 뭔데?

부두 플로싱은 긴 라텍스 고무밴드를 이용하여 문제 관절(팔꿈치, 무릎, 발목, 어깨, 손목)이나 근육(허벅지, 종아리, 팔, 어깨)에 장력 있게 감아 압박한 다음 해당 부위를 움직이며 사용하는 재활 도구입니다. 관절 통증을 치료하고 관절과 근육의 동작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화 되기 전이지만, 선진 시장에서는 이미 폼롤러와 함께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올림픽 역도 선수들과 크로스핏 선수들, 그리고 옆집의 헬스 매니아들이 고루 열광하는 아이템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언급될 역도 기본서인 <서플레오파드>의 저자이자 MobilityWOD의 대표인 캘리 스타렛(Dr. Kelly Starett)이 대표적인 부두 플로싱 전도사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Everybody !

일러스트 이민

스마트폰을 오래 해서 손목이 뻐근한 사람부터 자기 전 몸이 질기거나 종아리가 부은 느낌이 드는 분, 요가를 하거나 마사지를 받아도 시원함은 크게 못 느끼거나 ‘그때 뿐’이신 분. 

높은 수준의 관절 및 근 가동범위(Mobility)를 획득하고 싶으신 분. 운동 후 관절에 주기적인 염증이 생기시는 분. 신체가 둔감해졌다고 느끼시는 분. 

조금 과장과 감정을 보태, 완전하고 기능적인 몸으로 활동하는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리운 분들에게 부두 밴드 플로싱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부두밴드 플로싱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1. 근 가동범위 개선(“ROM”, “range of motion”)
  2. 관절의 정적/동적 움직임(관절역학) 개선 (joint mechanics)
  3. 부종완화 (oedema)
  4. 관절 염증/통증 개선 (특히 테니스 팔꿈치 통증에 도움이 될 수 있음)
  5. 근조직 타이트함 개선 (sliding surface 복원)
  6. 근막동통 증후군에 따른 활동성 유발점(trigger point) 완화
  7. 부상 후 굳은 근조직에 신선한 혈류 공급(re-perfusion)을 통한 물리치료 효과

피트니스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햄스트링(뒷 허벅지) 스트레칭을 할 때 무릎 뒷 쪽만 시원하고, 그 위로 넓게 분포한 기점 부근 햄스트링은 시원하지 않은 경험이 많으시리라 짐작되는데요. 켈리 스타렛은 스트레칭의 경우 이완하고자 하는 근육의 가장 약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늘려주지만, 플로싱 밴드는 타이트하고 강한 근육 부위까지도 효과적으로 늘려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가장 특징적이고 직관적인 부두 밴드 플로싱의 장점은 모빌리티 부족으로 '잘 안 나오는' 바로 그 자세에서 굳은 근육 조직과 관절의 가동범위를 기능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쿼트 할 때 발목 유연성 부족으로 상체가 앞으로 쏟아지나요? 발목에 부두 밴드를 감고 스쿼트와 런지 등 '잘 안 되던' 움직임을 반복해 보세요. 밴드를 푼 뒤 확실하게 근육 및 관절 가동범위 개선이 느껴질 것입니다.

발목 플로싱 영상 by Rouge 


왜 효과가 좋을까?

밴드를 감았다가 푸는 단순한 행위가 뭐가 그렇게 효과가 좋을까요. 자료를 조사하면서 비단 저만 부두 밴드에 미친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두 플로싱의 원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부두 밴드의 자세한 원리는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다소 불충분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납작하고 평평하게 가공한, 부두밴드의 대표적 원리 3가지를 소개합니다.

1. 압박 관절 분리 (Compression Joint Distraction)

탄력있는 밴드로 관절을 압박한 채 움직이면, 관절 캡슐 자체에 여분의 공간을 만들어 분산하는 힘이 생깁니다. 부두 밴드는 관절 위 아래, 혹은 관절을 감싸 눌러 압박(Compression)을 만들어낸 뒤, 관절을 움직임으로서 관절 사이의 틈을 발생시켜줍니다(Distraction).

왜 관절 사이를 분리해야 하냐구요? 우리가 운동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관절은 활막관절(Synovial Joints)입니다.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 작용을 하는 활액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체조직이 너무 뻣뻣해져지면 관절 움직임이 제한되어 결국 관절들이 서로 가까이 밀리고, 그 사이에 잘 있어야 할 활액이 빠져 나가게 됩니다. 

잠시 수영장에서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주먹으로 양 손을 모아 손과 손 사이에 물을 채웠다가 손을 빠르게 눌러 물을 펌핑하여 친구들에게 물총을 쐈던 기억을 떠올려 보시면, ‘관절 사이가 눌려 활액이 빠져나간다’는 심상이 보다 이해가 쉬워집니다.

활액의 부족은 해당 관절 주변에 얽힌 다양한 생리학적 구조의 손상이나 악화를 유도하며(Meniscus, Laburm, Cartilage, Synovial membranes, Bursas etc) 심각해지면 관절끼리의 직접적 마찰로 관절이 마모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근막 글라이딩 개선 (Gliding Effect)

근육을 '치실한다'(Flossing)는 개념은 바로 이 기능에서 나왔는데요. 근막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근육에서부터 심지어 심지어 뇌와 중앙신경체계까지, 전신을 감싸는 질긴 콜라겐성의 연결 조직층을 의미합니다.

  1. 근막은 근육 및 모든 연결조직을 연결하고 있음 (근육, 뼈, 힘줄, 인대 및 혈액을 의미 함)
  2. 근막은 몸 전체를 엮어 지탱하고 있음
  3. 근막은 다양한 종류(structural, intersectoral, visceral, spinal / superficial, deep)가 있으며 모두 연결되어 있음
  4. 건강한 근막은 유연하며 활공함(gilde)

플로싱 밴드를 감으면 피부와 표면 조직, 그 부위를 감싸는 근막은 밴드의 압박에 의해 이동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사지는 여전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더 깊은 조직들은 몸 속에서 여전히 미끄러지고(slide or glide)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굳은 근막이 다른 조직들로부터 분리되고, 그 활공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주 일차원적으로 비유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비엔나 소시지의 투명한 껍질이 근막이고, 소시지가 근육이라면, 껍질 안에서 소시지가 미끈미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분리시켜주는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스트레스, 비뚤어진 자세 등으로 인하여 근막이 눌리고 굳어 변형이 되면 근육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뻣뻣해져 통증을 유발합니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 역으로 부두 밴드는 근막과 근육이 분리되어 움직일 수 있게 해서, 근육의 움직임을 개선해 통증을 완화한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근막에는 신경 수용체도 집중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플로싱은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통증을 완화하고 플로싱 부위의 민감도도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부두 플로싱이 신경적으로 둔감해진 부위의 인지감각을 회복하는 데도 장점이 있다고 언급되고 있습니다.

3. 허혈성 압박 (Ischemic Compression)

허혈이라는 한자어가 다소 어렵지만, 쉽게 말해서 피가 안 통한다는 뜻입니다. 부두 밴드로 관절 또는 근육 그룹을 압박하면 일시적으로 혈류가 제한됩니다. 

사실 이 원리는 마사지나 지압이 시원한 원리와 비슷합니다. 손으로 조직을 누르게 되면 근막이 압박되고 근막 내의 혈관들이 일시적으로 허혈 상태에 이르렀다가, 누르고 있는 손을 떼게 되면 혈액이 다시 관류되며 혈액순환이 활성화 됩니다. 똑같이 플로싱 밴드가 제거될 때 신선한 혈액이 공급되며 문제부위의 재활과 회복을 지원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정확한 발생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근막동통증후군의 원인이 대부분 “근육의 과도한 스트레스 및 외상, 반복적인 잘못된 자세나 움직임 등으로 근육내 혈관이 수축하여 국소적 허혈상태가 발생하고, 통증수용체를 자극시키는 세로토닌, 히스타민, 키닌 등의 화학적 물질이 분비되어 동통유발점을 발생시킨다”고 학계에서 주장되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새 혈액을 공급해 주도록 보조하는 부두 플로싱이 선진 재활 클리닉들에서 해당 증후군의 처방의 일환으로 기능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How to Voodoo Floss

일러스트 이민

개선하고자 하는 부위에 50-75%의 장력으로 당겨서 밴드를 잘 겹치도록 감아줍니다. 보통 밴드의 절반 정도가 겹치게 감습니다.

장력의 정도는 플로싱 목적에 따라 다르게 주면 되는데요. 부종완화가 목적이라면 50% 정도의 장력으로 감고, 근육의 타이트함 완화가 목적이라면 70 %의 장력을 적용합니다.

밴드를 감을 때는 타겟 근육 주위는 비교적 타이트하게 감고(~70%), 주변 근육이나 관절은 조금 약하게 감습니다. 가령, 종아리가 타겟 근육인 경우, 종아리 알을 지나갈 때 더 세게, 정강이뼈(경골)를 지날 때는 조금 약하게 감는 식입니다.

이 때, 일반적으로 밴드는 사지 아래에서(원위)에서 위로(근위)로 감아줍니다. 이는 플로싱 밴드에 발생한 압력이 심장쪽으로 혈액을 움직이게하여 정맥 판막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입니다.

감은 부위를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각도와 방향으로 움직여주는게 목표이나 먼저 무게(non-weight bearing)없이 움직여주고, 그 이후 무게가 있는 체로(weight-bearing) 움직여줍니다. 가령, 발목을 플로싱 할 때는 앉은 자세에서 발목을 까딱까딱 움직이다가 그 다음에는 일어서서 발 뒷꿈치를 들었다 올렸다 반복하는 것이지요.

감기 시작한 후로 1-3분 내 밴드를 풀어줍니다. 개인별 민감도에 따라 5분까지도 플로싱을 할 수 있습니다.

부두 플로싱, 안전한가?

라텍스 알러지가 있는 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혈압, 심부 정맥 혈전증, 임신, 정맥류, 심장 질환의 경우 사용시 주의를 요합니다.

머리, 목, 허리, 가슴, 복부, 등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지가 자주색, 흰색, 회색빛으로 변하면 밴드 사용을 중단합니다. 

부두 플로싱은 당초에 편안한 행위는 아니나, 플로싱 시 고통, 마비감이나 찌릿하고 욱신하는 느낌이 들 경우 밴드 사용을 중단합니다.

사용시간을 통상 1~3분 내로 제한하고, 장시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여러 번 사용해도 괜찮으나 개인별 민감도 차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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