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레시피: IS가 테러를 만드는 방식

알다

값싼 레시피: IS가 테러를 만드는 방식

시사IN

CNN 기자가 물었다.

“왜 IS 그 개자식들을 없애버리지 못하는 겁니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답했다.

“이건 전통적인 적군이 아닙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IS의 테러가 일어난 사흘 후인 2015년 11월16일, 미국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등장한 대화다. 이 문답은 보기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2015년 11월의 파리는 이제 세계가 ‘옛날 같지 않은 적군’을 맞이했다는 현실을 아주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우리가 아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결정적인 차이는 이것이다. 전쟁의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졌다.

이 적군이 ‘값싼 전쟁’을 만드는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재료

1. 낡고 값싼 무기

냉전 시기의 수입 무기가 탱크나 전투기 등 국가 단위로 운영하는 중량 무기였던 반면, 냉전 이후는 자동소총이나 지뢰 등 경량 무기 위주로 재편됐다. 심지어 소년 병사가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자동소총을 일부러 작게 디자인한다는 의혹도 일었다. 러시아산 총기인 칼라시니코프는 하도 튼튼하게 만들어서 구 모델 재고품이 언제나 남아도는 데다 복제품도 많아서 ‘빈자의 무기’ ‘소형 대량살상무기’라 불린다. 

2. 소년병, 자원병

유엔은 전 세계의 소년병 수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적이 있다. 이 중에서도 14세 미만 소년병이 적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경량 무기만큼이나 소년병도 ‘값이 싼 전쟁자원’이다. 국가가 붕괴한 내전 지역에서 소년병은 주로 자원입대를 한다. 징집은 고도의 국가 역량이 필요한 비싼 절차인데, 소년병 자원 시스템은 그걸 간단히 생략한다. 정규군 훈련체계도 없으니 훈련비용 역시 사실상 공짜다.

때로는 사람들이 IS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송하는 메시지를 듣고 알아서 테러범이 되기도 한다. 사막 한구석에서 생산한 선전 메시지가 전 세계로 확산될 길이 열리면서, 각국의 잠재적 급진주의 무슬림들은 IS표 테러를 통해 이들을 인지하고, 이후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받아보면서 동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IS는 ‘영토’가 있기에, 자원병을 받기도 쉽다. 지금까지 IS로 자원해 들어간 외국인 조직원이 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서방에 대한 증오

테러리즘과 국제 안보를 연구해온 조선대 공진성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특히 패권국가가 민주국가일 때 빠지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라고 말했다. “IS와 같이 거점을 확보한 테러 집단을 근절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정권의 무덤이다. 이 때문에 패권국가는 공습 중심의 작전을 구사하는데, 이러면 민간인 피해가 필연이다. 이는 IS가 세력 확장을 위해 그토록 바라는 ‘서방에 대한 증오’를 대량생산해준다.” ‘지상군 투입 회피-공습-증오 증폭-테러-공습 강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4. 종파 갈등

서구 세계에는 차별받고 기회가 부족해 좌절한 무슬림 이민 2세가 누적되고 있었고, 아랍 세계에서도 부패한 왕정이나 독재 권력에 대한 염증이 두텁게 쌓였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이라크 전쟁과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 세계에서 폭발한 종파 갈등이었다. 이라크에서는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종파 갈등이 고조되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내전 상태로 들어간 시리아도 종파 갈등이 격해졌다. 

5. 국가 권력의 공백

테러 대량생산 체제가 자유롭게 작동하려면 테러를 억제하려 드는 권력의 공백도 필요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퍼즐을 풀어주었다. 기존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새 권력을 세우는 데 실패한 여러 지역에서 권력 공백 상태가 등장했다. 이라크는 서방 군대의 철수로, 시리아는 내전 발발로 힘의 공백이 발생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6.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알카에다가 은밀한 점조직 형태의 ‘손에 잡히지 않는’ 테러집단이었던 반면, IS는 ‘국가’ 그러니까 ‘건국’을 목표로 한다.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가진 국가가 되려는 테러집단. 이 독특한 정체성이 IS를 규정하고, 이 차이가 테러 전략의 형태에도 영향을 끼친다.

값싼 전쟁, IS의 테러

예멘 무칼라의 자살 차량 폭탄 테러(42명 사망. 6월27일),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테러(44명 사망. 6월28일), 방글라데시 다카 식당 테러(22명 사망. 7월1일), 이라크 바그다드 차량 폭탄 테러(292명 사망. 7월3일) 등 초대형 테러가 줄을 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었던 올랜도 게이클럽 참사(49명 사망. 6월12일)도 ‘IS가 영감을 준 자생적 테러’로 분류하기도 한다. 요르단·레바논·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프랑스·리비아도 라마단 기간 중에 테러를 경험했다. 테러는 일종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 제품이 되었다. 올해 라마단 동안 IS는 테러 아웃소싱 체제의 능력을 끔찍한 방식으로 과시했다.

안전한 세계는 없다

우리 시대의 테러는 일종의 대규모 ‘덤핑(dumping)’이 되었다. 공격 수단을 지나칠 정도로 싸게 확보할 수 있고, 공격자는 어이없을 정도로 값싼 베팅만을 해도 되지만, 당하는 국가는 엄청난 값을 치러야 한다. 9·11 테러에 알카에다가 쓴 돈은 50만 달러였지만, 미국은 테러 손실액과 이후 대테러 전쟁 비용을 합쳐 3조3000억 달러를 썼다. 파리 테러의 추산 비용은 겨우 1만 달러다. 국가 대 국가의 ‘대칭적’ 안보 환경과는 전혀 다른, 가파른 ‘비대칭’이 등장한다. 비대칭 안보 위협은 21세기를 특징짓는 개념이 되었다.

전쟁 값이 싸질수록 평화는 비싸진다. 값싼 전쟁은 너무나 저렴하기 때문에 국가 실패 지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얼마든지 1세계로 흘러넘칠 수 있다. ‘우리나라만 안전한 세계’는 더 이상 없다.

천관율 기자 via <시사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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