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E3를 보다

알다게임여성 주인공

2018년 E3를 보다

딜루트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북미 최대의 게임쇼라 불리는 E3가 지난 2018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E3는 전 세계의 게임 개발사가 자신들의 신작 게임을 발표하고 게임의 개발 방향에 대해 홍보하는 자리로, 이때 발표된 작품들은 각 개발사가 잠재 고객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그 해의 유행은 무엇인지 등 비디오 게임 산업 전반을 추측하는 좋은 지표가 된다.

2018년 E3에서는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멀티플레이 게임의 비중이 늘었으며 전투를 주된 소재로 한 게임의 비율은 전년도와 유사했다.. 그렇다면 젠더 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실제 게임 주인공 성비는 전년도와 유사해

게임 주인공의 실제 성별 비율. 이미지 제공 Feminist frequency

페미니스트 프리퀀시에 따르면, 남성 주인공만을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비율은 2016년도의 41%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17년도와 2018년도에는 꾸준히 2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해당 링크)

물론 미소녀 계열 게임처럼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을 시작할 때 여성 주인공을 고를 수 있다는 선택지는 분명 유의미하다.

게임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성별 중 여성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은 고작 8%에 그친다. 그다지 놀라울 것은 아닌 게, 매년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대신 두 성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비율이 늘었고, 남성 주인공만을 택할 수 있는 비율 자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형 개발사의 게임 중 몇몇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것과(울펜슈타인 : 영블러드 등)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게임들 덕에 선택할 수 있는 게임 속 주인공의 성비 자체가 크게 변동된 것으로 느끼기 쉽지만 여전히 실제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은 남성이 주인공인 게임의 30% 가량에 그칠 뿐이다. (물론, 성별을 특정지을 수 없는 게임의 비율 또한 존재한다.)

프로모션 영상 등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비율이 증가

Anthem 트레일러 영상 중, 이미지제공, Bioware

그동안 많은 게임사는 게임의 홍보용 영상에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 왔다.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의 E3에서 Bioware의 신작인 ‘Anthem’ 은 프로모션을 공개할 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마이크로소프트의 ‘Gears 5’ 또한 마찬가지였다. Ubisoft는 ‘Assassin’s Creed : Odyssey’를 발표할 때 여성과 남성, 둘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했다. 물론 전작이었던 ‘Assassin’s Creed : Origin’의 경우 홍보한 바에 비해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그에 미치지 못했기에 같은 점이 우려되긴 하지만, 이번 작은 아예 처음부터 여성 주인공인 카산드라를 선택하여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The Last of Us 2 와 유저들의 반발

모든 미디어 매체가 그렇지만, 성 소수자는 게임 속에서도 적게 등장한다. 특히 대형 게임으로 갈수록 개발비 및 주요 구매층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그러한 경향이 짙어지는데, 올해 E3에서 발표된 ‘The Last of us 2’ 는 그것을 보란 듯이 깨트렸다. (물론 이는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수자에게 여러가지 특성을 몰아주는 묘사라는 평도 있다.한다. PC함을 챙기면서도 부담은 덜할수 있다는 것이다.)

Last of us 2 트레일러 영상 중, 이미지 제공 naughty dog

Naughty dog 에서 공개한 ‘Last of Us 2’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키스 씬은 국내의 몇몇 유저들에게 큰 충격을 준 듯한데, 흥미로운 점은 전작에서도 엘리의 성향이 간접적으로 여러 번 묘사되었으며 유저들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이' 불쾌해 했다는 것이다.

악당 여성 캐릭터가 레즈비언으로 묘사되며 그것을 포르노적으로 소비하는 장면에서는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게임 속 여주인공, 그것도 전작에서 유사 부자관계를 펼쳤던 캐릭터가 레즈비언으로 등장하자 이를 ‘납득할 수 없다’, ‘역겹다’는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레즈비언 캐릭터를 어떻게 소비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변화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게임 업계는 바뀌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E3에서 이 변화가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단지 몇몇 개의 작품이 아주 미세한 신호를 주었을 뿐이다. E3에서 진행된 개발자의 발표나 인터뷰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게임은 남성 유저를 주된 판매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작 이런 변화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번 E3에 대해 SJW 컨퍼런스다, 페미들이 해냈다, 같은 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변화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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