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드>의 줄리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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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의 줄리를 생각해

나는 줄리. 수학과 노래를 잘하지

솔티

그레타 거윅 감독의 첫 영화 <레이디 버드>에서 레이디 버드와 줄리는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이다. 레이디 버드가 욕망으로 가득 찬 성장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줄리는 그 옆의 안분지족형 사이드킥으로 레이디 버드의 다사다난한 일 년을 함께한다. 무난히 지나간 사춘기와 유년기의 끝을 떠올려보면 나는 레이디 버드가 되고 싶었던 줄리였다.    

너만 레이디 버드냐 나도 줄리다 - Julianne "Julie" Steffans (출처: imdb.com)
너만 레이디 버드냐 나도 줄리다 - Julianne "Julie" Steffans (출처: imdb.com)

크리스틴이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스스로 선택할 때 줄리는 좋아하는 선생님이 '줄스'라고 불러준 것에 신나한다. 레이디 버드가 문화가 있는 동부의 대학에 가겠다고 할 때 자긴 지역 시립대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쿨한 무리를 찾아 친구가 자신을 떠났을 때 줄리는 여느 때처럼 수업을 듣고 연극 연습에 간다.  

예전부터 연보라색 드레스를 골라놓았지만 정작 무도회 날 집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던 줄리를 보고 마음이 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뒤늦게 줄리 곁으로 돌아온 레이디 버드가 왜 우느냐고 달래주자 "모두가 행복한 사람인 건 아니야"라며 친구의 품에 안기던 장면을 계속 생각한다. 행복 하고자 분투하는 친구 옆에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의 삶을 감내하고 있던 걸까. 부모님이 이혼한 아픔을 나눌 자매도 없이 홀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걸까. 훨훨 날고 싶은 크리스틴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적극적이지 못할까', '나도 무언갈 더 원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걸까.

둥지를 탈출하고 싶어 날뛰는 레이디 버드만큼이나 묵묵히 그곳에 앉아있는 줄리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이디 버드가 바라던 대로 문화가 있는 동부로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 줄리는 아버지가 있는 옐로스톤에 여름 방학 내내 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여름 방학을 친구와 보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자긴 새크라멘토에 계속 남을 것이니까 멀리 나가볼 좋은 기회일 것 같다며 기대한다. 어쩌면 처음으로 몸과 마음 모두 멀리 떠나는 여행일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줄리가 겪을 일들이 궁금하다. 그 여행에서 줄리는 원하는 것을 찾았을까. 그 여행에서 돌아와 새크라멘토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줄리가 보고 싶다.  

p.s. 줄리 역의 비니 펠드스틴은 영화 <북스마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쿨한 애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해치우고 졸업하겠다고 선언하는 모범생을 연기한다. 마치 평행 우주의 줄리가 된 것처럼. 한국에서 볼 방법이 없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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