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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 마. 사지도 말고. 범죄니까.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네이버나 다음 등의 국내 포털에서 ‘몰카' 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검색결과를 제외하였다'라는 안내가 등장한다. 하지만 몰카를 판매하는 매장 정보는 지역정보로 버젓이 나타난다. 지금도 서울 세운상가나 용산에 가면 몰래카메라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몰카'는 염산 만큼이나 구하기 쉽고, 그 형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몰래카메라는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산, 대만산, 벨기에산, 그리고 한국산까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몰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또한 방대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보안 전문 업체'라는 탈을 쓰고서, 보안과는 아무 상관없는 욕망에 조용히 편승해 매출을 키워나가고 있다. '보안 전문 업체'들이 현재 판매하고 있어 시중에서 구매가 가능한 몰래카메라들을 살펴보았다.

단순 소형카메라

초소형카메라

방송사 고발프로 제작진들이 주로 사용하던 카메라다. 캠코더라고 하면 그래도 주먹만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요즘 파는 소형카메라는 손가락이나 손톱만하다. 그래서 벽면이나 천장 닥트에 구멍을 뚫어 은폐할 수 있다. 

출처 : aliexpress 1 2

보통 내장 배터리와 microSD를 사용하여 60분 가량 촬영이 가능하지만, wifi 기능을 갖춘 기기의 경우 무제한 촬영도 가능하다. 

내시경카메라

어디까지나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배관이나 하수구 등 사람이 쉽게 들어가 관찰할 수 없는 곳을 촬영할 때, 의료진단을 위해 코 안이나 대장 등에 들어가 내부를 촬영할 때 쓰라고 만든 것이다. 이 카메라 역시 USB 케이블로 PC나 스마트폰에 연결하여 무제한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출처 : aliexpress

직경이 0.5~0.7cm정도 되고 방수도 되기 때문에 TV의 리모콘센서 구멍, PC 케이스 구멍, 천장/벽면 구멍, 침대 헤드, 월풀 욕조 내부 등에 은폐 설치할 수 있다. 가격은 1~2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옷걸이카메라

옷걸이인척 하는 카메라다. 해외 쇼핑몰들은 보모(Nanny)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구입하라고 권하고 있다. 아마도 못을 박았을 것으로 여기고 넘어갈 법한 자리에 촬영용 렌즈가 있다.

출처 : bhphotovideo

조명카메라

과거에는 조명기구 앞뒤에 구멍을 뚫어 몰카를 설치했기 때문에 몰카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았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출처 : onlinespyshop

그러나 최근에는 벌브전구 한가운데에 렌즈를 부착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LED전구의 불빛이 매우 밝아 눈이 부실 경우 육안으로 전구 한 가운데를 자세히 보는것이 쉽지 않아 렌즈의 존재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이 카메라는 전구 소켓에 끼워 전원이 항상 공급될 수 있기 때문에 wifi로 연결해 무제한 촬영하는 기능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처 : dhgate

손목시계카메라

일반 고급손목시계 안에 렌즈를 넣은 카메라다. 안쪽에 렌즈가 달려있고, 마치 장식인 것처럼 위장해 놓는다. 지난 2월 이 손목시계 카메라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3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바가 있다.

스마트워치 카메라

스마트워치처럼 생긴 카메라다. 오른쪽 귀퉁이에 렌즈가 달려있다. 심지어 Android OS가 작동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일반 스마트워치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일반 저가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10만원 대에서 판매되고 있다. 시계를 벗어다 놓고 위치를 조정해 촬영을 하는 식이다. 

출처 : aliexpress

여기까지 소개된 몰래카메라는 그래도 렌즈가 있기 때문에 반사유리에 은폐된 것이 아니라면 식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다음의 몰래카메라들은 식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2단계. 특수위장몰카

'특수위장몰카'로 보통 불리는 아래의 카메라들은 상대방이 몰카임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기만하거나 은폐하는데에 집중한 제품들이다. 

단추카메라

단추모양으로 셔츠나 수트에 다는 카메라다. USB 충전방식이고, 단추구멍에 렌즈가 있다. 손으로 옷을 모두 더듬거나 X-Ray 혹은 금속탐지기를 쓰지 않는 이상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출처 : ebay

볼펜카메라

고급 볼펜처럼 생겼다. 포켓걸이부분 바로 위에 렌즈구멍이 있어 셔츠주머니에 끼워 정면촬영을 하게끔 설계되어있다.

이 렌즈구멍은 스위치를 밀어올려 은폐할 수도 있다. 펜의 특정 부분을 눌러보거나 밀어보지 않으면 렌즈의 존재를 찾을 길이 없다.

USB메모리카메라

USB메모리모양의 HD카메라이다. 실제 USB메모리로도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적외선 촬영을 통해 조명이 다 꺼진 상황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USB 귀퉁이에 렌즈가 있으며, 유리렌즈가 아니기때문에 플래시라이트로도 쉽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

출처 : 한국 thespy
이 렌즈를 주목해야한다

오른쪽 동그란 부분은 렌즈가 아니라 스위치다. 가운데 구멍이 렌즈이며, 좌측 구멍은 마이크이다. 소형 캠코더의 5mm보다도 작은 1mm 가량의 구멍을 냈거나, 아예 구멍이 없기도 하다. 

라이터 카메라

마치 라이터인척 생긴 이 카메라는 앞에서 본 USB메모리카메라와 형태는 거의 동일하며, 단지 라이터 모양의 덮개를 씌웠을 뿐이다. 

하단의 구멍은 가스충전구멍으로 둘러댈 수도 있다. 혹여나 누군가 의심한다면, 라이터 모양의 USB메모리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키카메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키나 키홀더에 촬영렌즈와 마이크를 달아둔 제품도 시판되고 있다. 미묘하게 구멍을 내고 은폐시킬 수 있는 일상용품이라면 어디에나 몰카를 넣을 수 있다.

출처 : 한국 thespy

TV리모콘형 카메라

심지어 TV리모콘에 구멍을 내어 촬영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TV리모콘이 일반 올레TV, btv, U+TV나 케이블TV의 리모콘과 다르고, 다이소에서 파는 범용리모콘과도 다른 모양이라면 의심해보아야한다. 제품 판매처 역시 노골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완벽하게 촬영한다!" 고 선전하고 있다.

출처 : 한국 safen

안경캠코더

2017년 3월 31일, 걸그룹 '여자친구' 예린이 팬 사인회에서 적발해 낸 문제의 제품이다.

안경캠코더는 대부분 대만 L사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이 업체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안경알 사이 연결부 또는 안경 귀퉁이에 렌즈가 있으며, 구멍이 아예 없는 제품들도 있어 육안만으로는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국내 정식수입업체 D사에 따르면 국내 판매가격은 38만원이다. 즉, 팬싸인회에 간 그 남성은 40만원 가까이 주고 이 안경캠코더를 구입한 것이다. 그는 무슨 목적으로 이 안경을 구입했을까? 이 안경을 착용하고 팬 사인회에 가기 전에는 어떤 영상을 촬영했을까?

이 제품에 대해 디씨인사이드 어느 남성 유저는 '뿔테남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발끈했다. 아마도 2015년 유행했던 '뿔테 한남 표준형 그림'을 연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뿔테만 푸념해선 안된다. 뿔테가 아닌 안경캠코더도 있다.

구멍이 아주 작거나, 구멍을 장식으로 위장했거나, 구멍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기때문에, 이들 안경이 '몰카'인지 확인하려면 각 접합부를 손으로 만져 발열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외 각종 위장 몰카들

커피홀더모양 몰카도 있고,

스마트폰거치대 모양의 몰카도 있고,

USB 스마트폰 충전기 모양도 있다.

출처 : dhgate 

탁상시계인 척 하는 카메라도 있다.

출처 : ankara

세콤 방범탐지기로 위장한 카메라도 있다.

고급 탁상거울인척 하는 카메라도 있고,

출처 : spygearco

모자인 척 하는 카메라도 있다.

출처 : ebay

구멍만 뚫을 수 있다면, 덤불이나 잡동사니같이 복잡한 곳에 은폐시킬 수 있다면, 어디든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흔히 보던 카메라들이 실제로 매장이나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몰카 촬영 경쟁

지난 2015년 10월 서울중부경찰서는 몰카 영상을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운영자 A씨(22세,남)과 주요 회원 61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회원등급을 ‘훈련병, 부사관, 위관, 영관, 장군, VIP’ 로 분류해 등급이 높을 수록 더욱 선정적인 사진을 열람할 수 있도록 카페를 설계해 남성 회원들의 ‘진급 욕심’을 자극하였다고 한다. 이 카페의 이름은 ‘몰카 사관학교’였다. 

이들 사이트/카페 회원들이 '등업'이나 '포인트'를 위해 업로드하는 몰카 영상들은 불법 웹하드 업체나 성인사이트, 각종 토렌트 커뮤니티로 확산된다. 이들 몰카 영상들은 다시 중국이나 미국의 포르노 사이트의 워터마크가 붙어 재복제되어 유통되고, 이들 영상에 한국 성매매업소 전화번호가 다시 합성되어 또다시 토렌트에 유통된다. 이 과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포르노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들은 당연히 몰카 업로드가 '복수'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꾸준히 학습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트/카페에서 꾸준히 몰카 관련 정보와 촬영 기법을 공유하고, 촬영영상 공유를 독려한다. 

어떤 남성들은 이러한 몰카 촬영행위에 대해 '패티쉬중 하나', '남자의 로망' 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몇 제조업체들은 이들 몰카 제품들이 어디까지나 '보안 용품' '수사 도구'라며 기기의 악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몰카 판매업체들은 제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이들 몰카 기기로 어떤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지를, 정확한 타겟층을 노리고 너무나 정확하게 안내하고 있다. 아래 동영상 화면은 한 몰카 판매업체가 '공식 계정'으로 자동차키 카메라의 성능을 보여주겠다며 유투브에 올려둔 홍보 영상이다. 

출처 : 유투브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다. 이 공식 계정의 공식 홍보 영상은 1분 가까이 한 여성의 다리만 쫓아다니며 촬영했다.

"숨겨서 촬영하기 딱!!! 입니다~~요!!ㅋㅋ"

국내에서 이 '몰카'를 판매하는 한 업체의 쇼핑몰에는 아래와 같이 '타인의 사생활 침해 및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시 본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라는 빨간 경고문이 붙어있다. 이 경고문 게시 만으로 이 회사는 면책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이 경고문 아래에는 아래와 같은 후기가 버젓이 올라와있다. 

몰카 제조 판매업체들은 이미 자신들의 제품들을 구매하는 이들이 무엇을 노리고 구매하는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 부합하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범죄라니까

영상촬영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요소를 항상 수반하기 때문에 한국에는 CCTV규제법이 있다. 게다가 상당수 '디지털 성범죄'는 몰래카메라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성폭력범죄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는 카메라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몰래 촬영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할 경우에는 처벌이 더해져 7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는 이들은 IP추적 등 수사를 피할 수 있는 기법들을 여러 커뮤니티들을 통해 공유해가며 꾸준히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 업로드하고 있다. 단순 처벌 강화만으로는 몰카 범죄 근절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몰카 판매금지 법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몰카 구입 자체를 어렵게 하고, 허가 없는 몰카 소유 만으로도 가중처벌시킬 수 있어야 몰카 범죄가 근절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2015년, 강신명 경찰청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워터파크 몰카 사건을 계기로 몰카 생산 소지 제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흐지부지되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초소형카메라를 총포ㆍ도검ㆍ화약류에 준하여, 판매를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의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새정치민주연합(현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은 허가받은 자에게만 초소형카메라의 수입, 제조, 유통을 허용케 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법률안' 일명 불법 몰카 근절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아쉽게도 자동 폐기된 상태다. 그리고 20대 국회에 들어 다시, 여러 온라인 청원사이트를 통해 '몰카 판매 금지법안' 청원이 제기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의원 등이 재입법 의지를 밝혔다. 

몰래카메라 구매자들과 몰카 제작업체, 그리고 몰카 판매업체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보안' 따위의 단어를 걸어놓은 채 가해자 없는 가해를 꾸준히 재생산한다. 몰래카메라는 디지털 성폭력 (리벤지 포르노)을 탄생시켰다. 디지털 파일로 저장된 몰카 영상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순간 그 영상은 토렌트 네트워크와 포르노 사이트를 떠돌며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피해자에게 영구적인 사회적/정신적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촬영을 돕는 '특수위장몰카'가 저렇게 버젓이 판매되고, 업체들에 의해 포르노 촬영이 조장되는 '몰카 시장'은 결코 법의 보호를 받아서는 안될 시장이다. '안경몰카남' 근절을 위해서라면 관음을 정당화하는 끈끈한 욕망의 연대부터 깨야 한다. 

몰카 관련 법률 개정 경과

2015. 7. 30. '몰카범' 신상정보등록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 (헌법재판소)
2015. 8. 31. 경찰, '몰래 카메라' 생산·소지 제한 입법 추진 (경향신문)
2015. 9. 13. 국회 장병완 의원, 몰카판매/구매 이력제 도입 및 영상유포자 신상공개 법안개정 추진 (뉴스1)
2015. 10. 10. 국회 조정식 의원, 초소형카메라 판매 허가제 법 개정 추진 (연합뉴스)
2016. 8. 9. 법무부, 벌금형 '몰카범' 신상정보 등록 제외 입법예고 (뉴스1)
2016. 9. 14. 국회 진선미 의원, '리벤지포르노 처벌법' 대표발의 (KBS)

2017.04.13 14:40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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