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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上)

일러스트레이터: 이민

초등학교 때 외갓집 가족들과 함께 계곡을 갔다. 정확히 어떤 가족과 갔는지, 몇 명이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에 위치한 계곡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일을 기억하는 건 그 때 함께 갔던 이모의 딸 A 때문이다. 우리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4살짜리 A는 계곡에서 떠내려 갈 뻔 했다. 나는 그 철렁했던 순간만을, 그 뒤로는 이모가 A를 안고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던 것만을 기억한다.

취학 아동도 그렇지만 A같은 미취학 아동을 보는 건 더더욱 힘들다. 무엇을 만지고 삼킬 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다. 잠깐 눈을 뗀 사이 뭘 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이를 본다는 건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조마조마한 일이다. 그 살 떨리는 일을 매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이다. 아이가 아닌 아이’들’을 평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다섯 명에서 많게는 열다섯 명까지, 맡아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 이들의 일이다. 보육 교사의 노동 환경, 그에 따른 고충 등을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어린이집과 보육 교사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등 7가지로 나뉘지만 설립 및 운영주체에 따라 크게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된다. 공공 형태인 국공립어린이집은 지자체가 설립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 위탁에 의한 운영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어린이집을 만들면 사회복지법인, 종교 법인, 개인(원장) 등에게 운영을 위탁하는 것이다.

민간 위탁 운영 체제라 하더라도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린이집 중에서는 좋은 환경에 속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비율은 민간이 압도적이다. 2015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어린이집 수는 총 42,471개소이고 그 중 민간/ 가정 어린이집이 86.3%를 차지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2,629 개소로 전체 어린이집의 6.2%에 불과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아이는 국가가 키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는 고졸이상의 일정한 교육과정 수료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검정・수여하는 국가자격증을 발급 받아야 한다. 보육교사의 자격 기준은 학력 및 경력 기간에 따라 1•2•3급으로 구분된다. 보육교사 3급 소지자의 경우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경력, 승급 과정 수료, 학사 졸업 등 자격을 갖출수록 2급, 1급으로 승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육 교사, 대체교사, 방과후교사, 시간제보육교사, 보조교사, 누리과정 보조교사 등 많은 종류의 교사가 있지만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체 보육교사의 평균 경력 연한은 4.6년이다. 또한 2015년 기준으로 보육교직원 수는 남자 14,447명(4.5%), 여자 306,620명(95.5%)로 대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이 돌보는 아이들의 수는 아이들의 나이대에 따라 다르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교사 1명당 원아의 비율은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 만 3세는 15명, 만 4세는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작년 2월부터 어린이집 교사 1명당 원아 수를 총 정원 내에서 1~3명씩 추가 편성할 수 있게 하는 초과보육(탄력편성)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 원장의 재량에 따라 만 1세는 6명, 만 2세는 9명, 만 3세는 18명, 만 4세는 23명까지 정원을 늘릴 수 있다.

몸도 고달프고

어린이집 교사들은 하루 평균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8시 혹은 8시 반까지 출근해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자율선택활동, 실외 활동 등 교사가 준비한 활동을 한다. 점심 시간이 되면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적으면 5분, 많으면 10분 안에 자신의 점심을 빠르게 해결하고 아이들 식사 지도를 해야 한다.

<키드키즈>라고 교사들이 많이 쓰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 들어가면 예전에 메인이 밥 먹는 시간 12.5분, 화장실 3분 뭐 이런 게 있었어요. 그런데 교사들끼리는 12분도 많다고 해요. 5분 안에 다 먹어야 돼요. 저 한 입 먹기도 전에 애들 떠먹이고, 애들이 더 달라고 하면 더 줘야 되고 흘리면 닦아줘야 되고. 저는 5살 반이라 15명이거든요. 5살 애들 15명이랑 밥을 같이 먹는데 그게 어떻게 쉬는 시간이겠어요. 
- 국공립어린이집교사 B

식사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양치를 시킨 뒤 오후 시간이 되면 보통은 낮잠 시간이 된다. 보육 교사들은 아이들이 잘 수 있게 이불을 깔고, 아이들을 재운다. 그 때가 되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낮잠 시간 동안 밀린 서류 업무를 하고, 아이들 관찰 일지를 정리한다. 학부모들에게 보낼 알림장을 쓰고, 수업 준비를 한다. 중간 중간 개인 휴대폰으로 찍은 아이들 사진을 학부모에게 전송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교사들은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까지는 계속 아이들을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 한다. 투담임제(한 반에 담임이 두 명인 것)를 시행하거나 보조 선생님이 있는 원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전 매일 매일이 힘들어요. 매일 너무 바쁘고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방광염도 걸렸고 매번 급하게 밥을 먹으니까 역류성 식도염도 걸렸어요. – 가정어린이집교사 I

만 1,2세 영아를 담당해서 매일 아이들을 안고 있어야 하거든요. 아이를 하루종일 안고 있다 보면 목이며 어깨며 팔이며 안 아픈데가 없어요. – 가정어린이집교사 G

만약 하루 일을 끝내지 못 했다면 남아서 해야 한다. 행사라도 있는 달이면 밤 10시, 12시까지 행사 준비를 하다 귀가한다. 가끔은 토요일에도 나간다. 종교 소속 혹은 재단을 두었을 경우 일요일 혹은 휴일까지 반납하고 종교 행사에 동원된다.

저희 원이 기독교 재단이거든요. 저 초임 때는 매 주 일요일에 교회 봉사 나갔고 지금은 신입 교사들이랑 번갈아서 격월로 나가고 있어요…..처음에 면접 볼 때 물어봤어요. 교회 재단인 거 알고 있냐, 혹시 주일에 교회 나와서 봉사할 수 있냐. 물론 그때는 매 주 나가는 건지도 몰랐지만 면접 때 그렇게 물으면 누가 거기서 아니라고 대답해요?
– 국공립어린이집교사 B

저는 구 소속 어린이집에 다녀서 그런 게 없는데 저희 원장님이 교회 사모님이시거든요. 전 크리스찬이라 상관없지만 다른 교사분들한테 ‘선생님이 교회를 다녀야지 우리랑 좀 더 친해질 수 있다’이렇게 계속 얘기하시더라고요. 근데 제 친구들은 더 심해요. 한 명은 구세군 소속원에 다니거든요. 그 친구는 매 달 월급의 10%를 구세군에 내요. 다른 애는 교회 재단 국공립 어린이집인데 십일조를 강제로 내야 한다고 들었어요.
– 국공립어린이집교사 D

마음도 병들고

보육교사의 노동은 상당한 감정 노동까지 포함한다. 교사들은 원에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화를 내면 안 된다. 학부모와 원장의 눈치도 봐야 한다. 아이, 원장, 학부모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매일을 긴장 속에서 산다. 실제로 보육교사는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 30선에서 5점 만점에 4.12점을 받으며 27위를 차지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진짜 나쁜 거 아는데.. 애들이 정말 말 하나도 안 듣고 이런 날은 ‘아, 내가 그냥 얘를 때리고 경찰서에 가야겠다’ 이런 생각 들 때도 있어요. 그러다 또 그런 생각했다는 거에 자괴감 느끼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애가 나한테 이럴까,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이런 생각에 또 울고… - 국공립어린이집교사 B

솔직히 학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힘들어요. 집에서 심하게 다친 건 괜찮고 어린이집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게 다치면 그걸로 트집 잡고.. 퇴근하고 8시 넘어서 전화나 카톡하시는 분, 새벽에 게임카톡 보내는 분들도 있어요. – 가정어린이집교사 I

원장님도 반을 맡고 계시거든요. 근데 원장님이 갑자기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저희 반이랑 원장님 반 애들까지 같이 봐야 돼요. 저희 반 애들만 케어하기도 힘든데… 그럴 땐 정말 다 내팽개치고 나가버리고 싶어요 – 가정어린이집교사 G

높은 스트레스는 건강까지 심각하게 해친다. 어떤 교사는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다니고, 어떤 교사는 생리를 하지 않기도 한다. 우울증을 앓는 교사도 있다.

저 지금 생리를 3개월째 안 하고 있어요.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그냥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중략) 저 이 일 시작하고 나선 밥 먹기 전에 기도하고 자기 전에 기도해요. 제발 내일은 아무 일 안 일어나게 해 달라고요. – 국공립어린이집교사 D

저는 제 존재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애들한테 계속 반응해주는 일을 하잖아요. 선생님 이거 해주세요, 이거 봐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저는 거기에 반응만 하잖아요. 제가 먼저 뭘 하는 게 없고, 아무도 제 얘기는 안 듣고 학부모는 자기 애만 보는 줄 알고… - 민간어린이집교사 E

보육교사들은 다른 직장인들은 느끼지 않는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보육교사들은 직장의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선택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멀리 있는 직장을 잡는다. 직장에서도 보는 학부모 눈치를 굳이 동네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작년에는 집 5분 거리에서 일해서 출퇴근할 때는 정말 편하고 좋았는데 동네에서 학부모님 마주치니까 불편하더라고요. 집 앞 빵집에 누구네 아빠 있고, 슈퍼를 가도 누가 있고.. 목욕탕 이런 데도 절대 못 갔어요. 그래서 지금은 한 40분 정도 걸리는 데서 일하고 있어요. – 민간어린이집교사 C

이 글은 '보육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下)'로 이어집니다.

2017.11.24 14:0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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