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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종로는 없다 : 인트로

사라진 공간

그늘이 사라졌다. 의자도 사라졌다. 공원 가운데 자리한 동상 뒤로 생긴 그림자에 노인들이 앉아 대화를 나눈다. 움직이는 그림자를 따라 노인들도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간간이 있는 의자에도 사람은 없다. 노인들은 풀숲 옆에 자리를 틀고 앉는다. 더러 신문지를 깔고 있기도 한다. 

사람 키 높이만한 나무 몇 그루가 심어진 공원 귀퉁이쯤 가면 노인 여남은 명이 모여 있다. 나무가 심어진 화단 둘레가 의자인양 엉덩이를 들이밀고 걸터앉아 바둑을 둔다. 바둑판을 차지 못한 이들은 저마다 훈수로 열을 낸다. 땡볕더위에 노인들은 햇빛을 막을 2단 접이 우산을 하나씩 들고 공원 외곽에서 신문을 읽거나 무심히 앉아 있다. 

우산 아래, 저마다 섬처럼.

노인들이 종로를 찾는 이유는 젊은 시절 번화가였던 종로에 대한 익숙함이요, 동년배를 볼 수 있고, 바깥 공기를 쐴 수 있고, 다양한 노인 문화가 활성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낮은 물가도 여기에 한 몫 한다. 3000원에 볼 수 있는 영화관에는 과거 흥행했던 외국 영화들이 걸려있고 원두 커피를 1000원에 파는 카페는 옛날처럼 DJ가 LP판으로 노래를 틀어준다. 종로 인근은 노인을 위해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지금은 탑골로 이름이 바뀐 파고다공원, 그리고 종묘공원은 하루 평균 3000 명 이상의 노인들이 모여드는 쉼터이자 광장이었다.

그러나 ‘성역화 사업’ 이후 공원에 상주하던 노인의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 나무와 의자를 치워버렸기 때문이다. 서울시 문화국에 따르면 종묘광장의 고정 이용 인원은 2007년 하루 평균 3500~4000명이었으나 성역화사업 이후 2000명 내외로 급감했다. 쉴 곳을 잃은 노인들은 그늘을 찾아 헤맨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사라진 그늘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늘이 사라진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종로가 노인 천국 아니야. 파고다 공원, 지하철 이런 데 가서 그냥 앉아 있고 그런단 말이야.”

“공원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거길 뭐하러 가?”

“저런 종묘공원 같은 데 있는 사람들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야.”

콜라텍에 가는 노인도,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노인도, 복지관에 가는 노인도 공원 이야기를 하면 “공원에 노상 일 없이 앉아있는 노인네들하고 달라”라며 그들과 선부터 그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취재하게 됐다. 노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독자에게도 이 글은 도움이 될지 모른다. 노인은 우리의 당연한 미래고, 이건 우리 모두가 지키고자 하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by 김도형

2016.11.04 11:43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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