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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101 : 네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집을 고치는 일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노동 영역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고는 한다. 고질적인 성별 편견은 하다 못해 완력을 요구하지 않는 전등 교체 정도의 단순 작업에도 남성을 끌어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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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떤 일을 할 때, 성별은 중요하지는 않다. 나는 바텐더이고, 밴드에서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글을 쓰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하고, 요리와 그 이외의 많은 것을 ‘잘’ 할 수 있다. 많은 노동의 영역에서 성 편견과 마주할 때마다 입 안으로 외우고, 밖으로 꺼내는 말이 있다.

네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너도 할 수 있다.

집을 고쳐 살기로 결심하다

이사를 하게 되었다. 거의 4년간 살던 집은 복잡한 부동산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고 새 주인은 세입자들이 나가기를 원했다. 쫓기듯 급하게 집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원룸이 아닌, 집(주택)을 구한다면 가로수나 벼룩시장 등의 생활정보지를 체크해 보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주택 체크리스트 

시설의 노후도
수압
보온
집의 방향
해충의 존재여부 및 종류
진입 경로 분리 여부
등기부
주차 가능 여부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내가 견딜 수 있는 종류의 하자라면 타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체크한다. 내 경우에는 면적과 해충 없음, 집의 방향이 우선 순위에 있었고, 수압과 보온은 중간, 노후도와 주차가능 여부는 한참 뒤에 있었다.

운이 좋아 6-70년대 유행하던 형태의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남향이고, 20평으로 꽤 넓은 편이었다. 생활 정보지에 나오는 <단독 주택>이 으레 그렇듯, 옵션은 거의 없었다. 외풍은 상당히 우려되었으나 추위는 견딜 수 있는 종류의 하자에 속했다. 녹물이 약간 나오지만 수압은 나쁘지 않았다. 상당히 오랜 기간 비어 있어 먼지가 많이 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낡은 대신 임대료가 저렴했다. 임대료에서 아낄 수 있는 만큼, 낡은 집을 고치기로 했다.

계약

집을 고쳐서 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고쳐 살다가 단시간 안에 쫓겨난다면 곤란할 것이다. 우선, 집주인에게 집을 고쳐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하고, 계약서를 가능하면 세입자가 유익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수정해야 한다.

‘유익비’란, 건축물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한 비용을 뜻한다. 주택을 통상 용도(거주)로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뜻하는 ‘필요비’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민법 제626조(임차인의 상환청구권)

1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2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은 임대인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에서,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사용한 지출 금액 혹은 건물 가치의 증가액만큼을 집 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그를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에는 ‘원상복구’ 조항이 있다.

원상 복구 조항이란, 사실상 돈을 더 들여서 원래 상태로 복구하느니 임차인이 시설을 개선 혹은 수리, 개조하는 데 사용한 유익비를 포기하게끔 만드는 조항이다. 이를 부동산 계약시 삭제하고, 임차인이 시설의 개선을 위해 임의로 수리 또는 개조를 할 수 있다는 허락 내용을 특약 사항에 명시하도록 한다.

월세인 경우, 등을 가는 등의 간단한 지출도 보통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의 경우에는 큰 금액의 수리 내용이 아닌 이상 주인에게 수리비를 청구하는 것은 어렵다. 가능하면 계약서에 ‘n만원 이상의 고장에 대한 수리비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주인 부담으로 수리한다’는 내용도 합의 하에 삽입하는 것이 좋다.

집수리에 앞서

우선 순위를 정한다.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에 번호를 매겨 본다. 드레스룸이 필요할 지, 부엌이 편리한 게 먼저인 지, 욕실이 중요한 요소인지, 침실이 중요한지 등등을 미리 체크한다. 

어떤 순서로 공사를 할 지 미리 정해 두면, 어떤 가재도구를 먼저 빼 두거나 넣어 둘 지, 어느 공간의 어떤 부분을 다른 공간의 기능으로 대체하고 생활할 지 결정할 수 있다. 입주 전 공사가 최적이지만, 입주 후에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돈된 구역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2017.01.09 17:31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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