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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의 흔한 LGBT 활용법

한국 드라마 속에서 LGBT는 어떤 식으로 소비되는가?  아니, 일단 등장하기는 하는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그려지거나, 혹은 극의 흐름을 위해 단순히 이용되고 버려지는 캐릭터는 아닌가?

LGBT 캐릭터가 한국의 지상파 연속극에 '이름'을 가지고 등장한 경우만 모아, 첫 등장, 극 중 비중, 그리고 결말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유일한 L, MBC <아들과 딸>의 옥자

사진 제공 = MBC

옥자는 우리나라 지상파 연속극에 최초로 등장한 레즈비언 캐릭터다. 뿐만 아니라 2016년 현재까지도 한국 지상파 드라마에 3화 이상 나오는 유일한 여성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옥자는 주인공인 후남의 공장 동료다. 후남이 가출해 취직한 공장에서 처음 만난다. 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있다.

물론 옥자가 스스로 동성애자라는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후남에게 마음이 있는 작업반장과 함께 후남을 빤히 쳐다본다거나, 다른 공장 동료들이 후남의 책을 뺏자 돌려주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작업반장은 후남을 따로 불러내 ‘옥자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옥자는 극중에서 후남을 만져 불쾌하게 하고, 심지어는 그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 제공 = M

그는 자고 있는 후남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함께 놀러 가자고 제안하지만 거절 당하자 후남을 괴롭힌다. 함께 일하던 여공의 병원비를 굳이 후남에게서 뜯어내고는 작업반장에게 그 돈을 받으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 후 후남이 공장을 떠나면서 옥자는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중간에 잠깐 등장해 후남에게 빌렸던 병원비를 돌려주지만 그 뿐이다.) 

8회에 처음 등장한 옥자가 공장 에피소드를 지나 다시 등장하는 것은 방송의 후반부인 62회다. 옥자는 소설가로 성공한 후남을 찾아오는데, 그는 이제 애 딸린 주부가 됐다. 분명 대본 상 '동성연애자'였던 옥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후남은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할 뿐이다. “그 옥자 언니가요, 얼마나 여자다워졌는지.”

대본에 떡하니 20대 동성연애자라는 설명을 붙이고 있던 ‘옥자’는 어느 남성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사는 것을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사라진다. 

<아들과 딸> 속 옥자

첫 등장  

총 64화 중 8화에 처음 등장한다. 공장에서 작업반장과 함께 후남을 지그시 바라본다.

성정체성/성지향성이 밝혀지는 방식  

스스로 커밍아웃하지 않는다. 작업반장은 후남에게 옥자를 조심하라며 은근하게 아웃팅을 시도한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  

 짧은 단발머리. 똑 부러지는 말투. 옥자의 말에는 다른 여공이 꼼짝을 못한다.

극 중 비중  

총 64화 중 5화 등장. 그러나 극의 핵심과는 무관한 캐릭터다. 옥자가 없어도 극의 흐름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결말  

후남에 대한 애정은 거부당하며 갑자기 극에서 사라졌다가 ‘남성’과 결혼하여 나타난다.

난무하는 아웃팅 속의 G, 
MBC <개인의 취향>의 최도빈

사진제공 = MBC

최도빈은 담미술관의 관장이다. 담미술관은 남자 주인공인 전진호가 증축 프로젝트를 따내고자 하는 건물이다. 최도빈은 극의 초반부터 등장하지만 중반에 다다를 때 까지 성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여성스러운 말투나 취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는 중후한 매력을 풍기며 온갖 뇌물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다.

전진호를 눈여겨 보던 최도빈은 얼마 후 고기집에서 여자 주인공 박개인이 ‘이 사람 게이라고요!’라고 소리치는 것을 목격한다. (굉장히 위험하고 폭력적인 아웃팅이다.) 게다가 그에게 잘 보여야 하는 전진호는 우연을 가장해서 자꾸 최도빈과 마주치고,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던 최도빈이 넘어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고백하는 최관장 <사진제공 = MBC>

최도빈이 생애 딱 두 번째 고백을 하기로 용기낸 것 역시 그래서다. 그의 첫 번째 고백 상대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였고, ‘독이나 다름없는’ 사랑에 힘겨워하는 후배에게 먼저 헤어짐을 말했다. 

“다신 고백 같은 거 안 할 생각이었는데.” 

최도빈은 전진호에게 용기 내어 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전진호는 여주인공 박개인과 사랑에 빠진 상태. 

그가 게이 행세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최도빈의 태세 변환은 당황스럽다.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엄청난 조력자로 돌변하는 것. 인생의 두 번째 고백, 그것도 속아서 한 고백에 배신감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 박개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민을 상담해주고, 심지어 전진호와의 연애가 틀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최도빈은 결국 ‘게이는 여자의 완벽한 친구’ 프레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난데없는 아웃팅 <사진제공 = MBC>

게다가 최도빈은 아웃팅을 여러 번 당하지만, 아무도 그가 당한 아웃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겨우 ‘좀 아는 사이’일 뿐인 유학 시절 지인은 거침없이 그의 성지향성을 폭로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 역시 당당하게 최도빈의 미술관 한가운데서 ‘최관장이 게이!’ 운운한다. 난무하는 아웃팅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치로 쓰이고 결국 아무런 비판도 받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진짜 게이 최도빈은 언제나 상처를 받는 쪽이다.

‘게이 흉내에 맛들린’ 남자가 콧소리를 내고, 아무렇지 않게 아웃팅을 해대는 드라마에서 최도빈은 상처를 위로 받지 못한 채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최도빈의 마지막 모습이 남녀 주인공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듣는 것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개인의 취향> 속 최도빈

첫 등장

총 16화 중 첫 화부터 등장한다. 한 아트 센터의 설계 공개 PT에서 전진호의 작품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 그의 첫 모습이다.

성정체성/성지향성이 밝혀지는 방식

전진호에게 마음이 있음을 스스로 밝힌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아웃팅에 노출된다. 심지어 그의 미술관 한가운데서 ‘그가 게이인 걸 알았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상황까지 연출된다. 아무도 그들의 아웃팅에 토를 달지 않는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

중년 남성이다. 왁스를 발라 뒤로 올백한 머리, 깔끔한 정장 차림에 중후한 목소리까지 갖췄다.

극 중 비중

거의 매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그가 관장으로 있는 미술관의 증축 프로젝트를 따는 것이 극의 큰 흐름인 만큼 비중도 상당하다.

결말

대부분의 동성애자 캐릭터의 운명이 그렇듯 도빈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한 술 더 떠 자신이 짝사랑하던 사람과 다른 여자의 사랑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까지 한다. 

B, 없다.

스쳐 지나간 수많은 TV캐릭터 중 양성애 성향을 가진 인물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겠느냐마는 명시적으로 바이섹슈얼임을 밝힌 캐릭터는 없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던 <스타일>의 김민준, 혹은 무조건 다정한 사람이면 좋다던 <프란체스카>의 켠 정도를 추측해볼 수 있겠다.

알다가도 모를 T,
MBC <오로라 공주>의 나타샤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캐릭터를 만들어낸 임성한 작가가 직접 ‘동성애자’ 혹은 ‘게이’ 라고 밝힌 오로라공주의 ‘나타샤(본명 나타사)’는 사실 트랜스젠더에 가깝다.

사진제공 = MBC

나타샤는 주인공인 오로라 아버지의 첩이었던 ‘왕여옥’의 첫째 아들(박사공)과 연인 사이다. 

“나타사에요. 사람들은 나타샤라고 불러요.” 

긴 금발 머리를 단정히 뒤로 묶고 헤어밴드를 두른 채 박사공의 어머니를 찾아간 그는 말한다. 나타샤는 자신이 박사공 ‘오빠’와 사랑하는 사이며 몸만 남자임을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나타샤가 게이보다는 트랜스젠더에 가깝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복합체 같은 인물이다. 그는 왕여옥을 처음 보는 자리에서 다짜고짜 큰며느리식 절을 한다. 독특한 패션센스, 여성스러운 몸짓과 말투, 그리고 요리실력까지 겸비했다.

드라마에서 나타샤는 ‘불쌍한 애’다. 그는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고 왕여옥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극의 흐름에서 그의 과거사가 설명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타샤는 갑자기 그만 둔 가정부를 대신하는 것으로 박사공의 가족이 된다. 그는 언제나 앞치마를 두른 채 기가 막히게 맛있는 오이지를 만든다.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박사공의 배신이다. 

그는 나타샤의 오이지를 다른 여자인 노다지에게 갖다 바친다. 나타샤는 박사공에게 매달리기도 하고, 노다지를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별을 통보받고 사라진다. 그리고는 갑자기 ‘남자가 됐다’며 박사공을 찾아온다.

사진제공 = MBC

 나타샤가 ‘남자가 된’ 방법은 이렇다. 절에 들어가서 하루 천 배씩 2개월을 지속하면 “남자가 눈에 안 들어” 온다. 10만 배가 넘어가면 “여자가 예뻐”보인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의 소식을 접하고는 정체성이 ‘회복’되었다며 놀라워한다. 그들의 눈에 이전의 나타샤는 어딘가 아파 보였던 모양이다. 이후 나타샤는 황자몽과 우연히 마주치며 로맨틱한 만남을 가진다. ‘남자가 된’ 나타샤가 여자와 연애를 시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로라 공주> 속 나타샤

첫 등장

총 150화 중 14화에 처음 등장한다. 박사공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 와서 가족에게 자신을 소개시켜주면 안되냐고 조른다.

성정체성/성지향성이 밝혀지는 방식

박사공의 어머니를 다짜고짜 찾아가 그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스스로 밝힌다. 가족들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싶다는 것. 왕여옥이 나타샤에게 남자가 아니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겉만요. 몸만.’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

첫 등장은 파격적이다. 하나로 단정히 내려 묶은 긴 금발 머리에 90년대 아이돌 스타일 헤어밴드. 이후에 밴드를 착용하지 않고 머리도 다시 어두운 색으로 염색하지만 길게 내려 묶은 머리는 그대로다. 다만 박사공이 이별을 말하자 머리를 짧게 자르며, 10만배 후 ‘남자가 됐다’고 말하고 나서는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다닌다. 말투도, 몸짓도 바뀐다.

극 중 비중

나타샤는 꽤나 많은 회차에 등장한다. 극의 중반 즈음 박사공의 이별 선언을 끝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으나, 엄청난 반전을 품고 후반부에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극의 중심 전개(사실 오로라공주에는 중심 전개랄 것이 없다.)와는 사실상 큰 상관이 없는 캐릭터다.

결말 

박사공과의 연애는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그가 노다지라는 여성과 바람을 피웠기 때문. 그러나 절에서 몇 개월간 108배를 하고 난 뒤 갑자기 ‘여자가 좋아’진다. 이후 황자몽이라는 여성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016.10.18 16:0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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