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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를 이끄는 여성 캐릭터들 1.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브로드웨이 제작자 협회Broadway League는 매년 브로드웨이 관객 분석을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6~2017년 시즌 동안 브로드웨이를 찾은 관객의 수는 1330만명이다. 그 중 66퍼센트, 즉 3분의2가 여성 관객이다. 

성별 구별 없이 분류하자면 마니아층theatregoers인 뉴욕 출신의 관객들이 전체 관객의 22퍼센트를 차지해서 285만 명에 이른다. 이 비율은 지난 15년의 기록 중 최대치다. 그 다음으로는 뉴욕 관객과 맞먹는 마니아층인, 뉴욕을 둘러싼 이웃 주에서 온 관객이 18퍼센트를 차지한다. 마니아층이 브로드웨이 전체 관객의 40퍼센트에 달한다. 나머지는 뉴욕을 찾은 관광객들이다. 46퍼센트는 미국의 다른 주에서 온 관광객이고, 외국인 방문객은 전체 관객의 15퍼센트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일러스트레이션 솜솜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어디서 왔든, 전체 관객의 약 3분의2는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관객의 평균 나이는 41.7세이며 학력 수준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마니아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5세 이상의 마니아층 중 80퍼센트가 학사 학위 소지자이며, 그 안에서 또 39퍼센트는 석사학위 소지다. 이는 브로드웨이의 관객의 다수가 40대 내외의 여성들이라는 오랜 정설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주부들이 남편을 졸라 극장에 온다'라는 해묵은 선입견을 깨는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는 2017~2018 시즌의 신작 6편의 뮤지컬을 포함해 뮤지컬 18편이 공연 중이다. 브로드웨이 제작자 협회는 뮤지컬과 연극의 관객을 따로 나누지는 않았지만, 뮤지컬만으로 국한하면 여성 관객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관객은 여성이 절대 다수인데, 주인공은?

오랫동안 브로드웨이의 관객은 백인 중산층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보는 작품들의 주인공이 여성들이었던 것은 아니다. 디바와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수많은 뮤지컬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성 관객의 비율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여성이 관객이라고 꼭 여성이 주인공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없어도 너무 없다.

원인이 뭘까. 많은 사람들은 뮤지컬 제작자의 절대 다수가 남성들이라는 점을 꼽는다. 남성들이 ‘여성관객들이 보고 싶어 할 것이라 짐작하는 내용’은 멋진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여성의 입장에 남성을 이입한 뒤, 성별만 뒤집어 보는 것이다. 또한 남성 제작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울타리 안의 여성 캐릭터를 선호해 오기도 했다. 

주인공이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여성 캐릭터가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다른 어떤 공연 장르보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만 후원금이라고는 단 한 푼도 없이 제작되는 상업 공연이다. 공연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엄청나다. 때문에 반드시 흥행할 것이라는 제작자들의 믿음이 필요한데, 이러한 믿음의 근거는 항상 과거 히트작을 돌아보는 데서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면 내용이 대부분 보수적인 인물들로 채워지게 된다. 큰 돈 들어가는 사업에 모험을 할 배짱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브로드웨이가 달라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런던의 극장가인 웨스트앤드에서 먼저 불기 시작한 페미니즘 열풍이 브로드웨이에도 불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공연 중인 작품 18편 가운데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9편이다. 남녀가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3편이며, 남성이 단독으로 주인공을 맡은 작품은 7편이다. 이 안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은 성별 구별이 필요 없는 작품이거나, 주인공의 성별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명확히 갈리지 않는 작품이다. 현재 공연 중인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은 ‘시카고(1996)’, ‘위키드(2003)’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난 몇 년 사이에 개막한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백인 여성이 아닌 주인공이, 백인 문화권이 아닌 장소가 등장하는 리바이벌 뮤지컬 ‘Once on This Island’가 개막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시즌 동안 특히 많은 여성 주인공 뮤지컬들이 등장했다. 그 중 ‘Fun Home(2015)'은 주인공이 여성 성소수자인 브로드웨이 최초의 작품으로, 뮤지컬계 최고의 영예인 ’토니상‘ 작품상을 타기도 하는 등 놀라운 변화의 흐름을 증명했다. 1947년에 시작된 토니상 7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작곡가와 여성 작사가 콤비가 작곡·작사상을 받은 게 2015년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극단적인 보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오래 전 전설적인 작사가인 ‘배티 캠든’ 이 있었지만, 배티 캠든도 독자적으로 가사를 쓰기 보다는 ‘아돌프 그린’과 작사 콤비를 이루어 활동했었다.)

최근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는 두 마녀의 우정을 다룬 ’위키드‘, 두 여성 살인마의 욕망을 다룬 ’시카고‘ 외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식당 종업원의 성공기를 다룬 ’Waitress‘, 중년 이상의 나이대 여성들을 겨냥한 ’Hello Dolly!' 등이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 주인공들이 여성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흥행하고 있다. 

뮤지컬 속 여성들이 변한다, 여성 관객의 요구로

보수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계를 변하게 하는 바람은 바로 여성 관객들의 요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전적인 흥행작들이 당장 제작을 멈출 리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도 그 자체의 관객들과 가치가 분명히 있다. 형태야 어떻게 변하든 로맨틱 코미디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마르지 않는 샘일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 등장인물들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고전적인 우아한 여성으로부터 싱글로 사는 레즈비언에 이르기까지, 브로드웨이의 관객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보여 달라고 요구해 왔고, 이제서야 그 오랜 목소리가 응답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브로드웨이를 이끄는 여성 캐릭터들>시리즈는 그 지난한 세월동안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브로드웨이의 여성 캐릭터들을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다. 때로는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고, 때로는 악역이기도 했던, 다양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연기한 다양한 배역의 여성 캐릭터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2018.03.21 19:0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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