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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이 메갈을 하는 '죄인'이 되지 않는 여섯 가지 행동수칙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한국 남성들이 반사회적이며 위험한 단체로 지목하는 '메갈리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사면 SNS계정을 사찰당하는 것은 물론, 사태의 정도에 따라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작업물이 폐기되고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고 분노한 한국 남성 팬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행동 수칙을 따르면 된다. 

1. 여성민우회를 SNS에서 팔로우하거나 지지하고 후원하지 않는다.

IMC 게임즈 대표인 김학규 대표가 반사회적 혐오 논리에 대응하겠다며 왜 팔로우했냐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추궁한  여성민우회는 1987년 창설되어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의 여성 단체이며, 다양한 층위의 여성 인권 운동을 이끌어 왔다. 대표적인 활동 연혁으로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요시위와 호주제 폐지운동,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이 있다. 1989년부터는 <함께가는 생활소비자 협동조합>(아래 생협)을 만들어 유기농 먹거리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를 적극 이끌기도 했다. 

여성민우회의 연혁과 발자취를 살펴보았을 때 김 대표가 말한 '반사회'가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으나 사회의 질서를 위협해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고 사상을 검증할 만큼 위험하다고 하니, 최대한 피해야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생협에서 나온 안전한 먹거리도 사지 말자(생협에서 나오는 연두부가 정말 맛있는데). 

2. 여성 캐릭터의 섹시 코드가 진부하다고 비판하지 않는다. 

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여성 캐릭터들의 일률적인 '섹시 코드'에 대해 "여자캐릭터에 대한 시선이 변화는 있어야 한다고 봄 언제까지 섹시코드로만 밀고 갈 셈인가"라고 트윗을 남겼다가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속한 나닥게임즈는 공지를 통해 유저들에게 사과했다.  iGEA(interactive Games & Entertainment Association)나 ISFE(International Software Federation of Europe)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성비는 여성이 40% 이하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게임은 생물학적 성별에 상관없이 대중적으로 즐기는 취미가 되었지만, 여성 유저들과 유관 업계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여성의 모습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 제작사는 못생기거나 섹시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내면 못생기거나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는다. 

여성 캐릭터의 일률적이고 단면적인 소비에 관해서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을 포함해 수많은 미디어가 꾸준히 지적하고 있지만, 이 비판에 동의한다면 메갈리안이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메갈리아는 한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신기하게도 메갈 언론은 한국 밖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여성 캐릭터는 나이와 직업과 기타 설정에 상관없이 언제나 '먹음직'스러워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민

3. '메갈 게임'을 하지 않는다. 

한 디씨 갤러리 유저는 "그 게임" 목록들이라는 게시글을 통해 '메갈 논란'이 불거진 게임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반사회성향을 가진 자들이 속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등의 게임을 피하기 위해"이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목록에는 흥미롭게도 '메갈 논란'이 일어난 창작자들이 연관된 게임 뿐만 아니라 "유저가 무거운 게임들"이라는 하위 분류가 있다. 여기에는 <마비노기>, <사이퍼즈>, <엘소드>, <파이널 판타지 14>(한국 서버 기준이라고 구분해 놓았다)가 포함된다. 

4. 화장실 다녀와서 손은 씻냐고 묻지 않는다.

위의 "유저가 무거운 게임들" 리스트 중에서 <파이널 판타지 14>의 경우, '메갈리아' 논란이 벌어질 때 전체 채팅으로 한 유저가 '메갈리아 퇴출 시위'를 하는 유저들에게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본 뒤 손은 씻냐"고 물었다가 인벤 등에서 '메갈'로 '박제'된 적도 있다. 그러니 남성들이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본 뒤 손을 씻는지 괜히 묻지 말자. 정말 안 씻는다고 믿고 싶지는 않은데 혹시 안 씻어서 마음이 불편한 걸까?

5.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거나 "소녀에겐 왕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2018년 디올 SS 시즌 쇼의 주제는 여성인권이었으며, 이를 전면에 내세운 쇼는 뭐든지 유행이 빨리 지나가는 패션계에서는 조금 진부하다는 평까지 얻었을 정도로 페미니즘을 내세운 문구와 패션, 브랜딩은 세계적인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Girls can do anything", "Girls do not need a prince" 등의 문구와 관련된 물건을 사거나 후원하고 이를 인증하거나 드러내면 한국 남성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일자리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전세계에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는 메갈리아의 사악한 물결에 동참하지 않는다. 

6. '메갈'을 하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이 논란과 반사회성의 근원으로 찍히는 <메갈리아>는 인터넷 사이트로, 2015년 8월 7일 문을 열었지만 2015년 말 유저들이 다른 사이트로 나뉘며 2017년 이후에는 아예 접속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메갈리아>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메갈'이라는 호명은 2018년에도 계속되고 있으니, 분명히 어딘가에서는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이 사이트를 통해 만난 반사회적 메갈리안들은 음지에서 알음알음 모임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사이트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메갈리안들이 한데 모여서 무슨 일을 꾸미는지 모르겠지만 알아서 잘 피해보자. 그런데 정말 모르겠다. 누가 '메갈'이지? 

2018.03.27 14:51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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