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가장 말단인 데다가, 사모펀드에 근무하며, 규모가 큰 거래가 진행중인데 미팅이 줄지어 있는 날이라면, 그 날은 밤새워 근무하는 날이다. 특히 그런 날이 힘들었던 한 주에 대한 보상심리가 극대화되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이라면 밤 11시에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사유는 확보한 셈이다.
물을 붓고, 긴긴 기다림이 이어지는 2분 30초간의 설렘. 첫 젓가락질에 “아, 이맛이야”를 외치고, 또 다시 젓가락질을 하면서는 “그래, 오늘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었으니까 괜찮아”라고 다독이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그러다, 라면국물이 바닥을 보일 때에야 속으로 외친다. 아, 망했다.
사실 몸 관리를 하는 사람도 회사를 다니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거나, 음식을 즐긴다면 일반식(*닭가슴살, 샐러드, 단백질 파우더 외 대부분의 식사류를 지칭한다)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가끔은,배덕적인 즐거움도 있어야 하니까. 사람이 풀만 먹고 살 수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관리의 종착지는 결국 식단관리다. 나도,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누구라도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식단 관리, 결국 하게 된 이유는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어도 나 역시 식단관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식단관리를 마음 먹고시작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계기가 있다. 나는 운동량이 많고, 흔히 하는 말로 ‘무게도 많이 치는데’, 근육에 지방이 알알이 끼어 있었다. 억울해서 법원에 상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한 스포츠브랜드의 행사에 참석해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충격을 받았다. 그들과 내가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이 별반 다르지 않았고, 들어올리는 무게는 3배 이상 내가 많았는데도 그들의 근육이 훨씬 선명했던 것이다.
차이는 결국 식단관리에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나름의 식단을 수행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다들 커리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핑계로 점심시간에 햄버거를 먹거나, ‘이번만 먹자’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운동한 게 너무 아까워서.’ 그 말이 내게 크게 와 닿았다. 내가 투입한 노력만큼 멋지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내 몸을 순간 상상하면서, 100억짜리 수표를 파쇄기에 갈아 넣은 듯한 아까움을 느꼈다.
이후 나는 하루에 한 끼는 샐러드나 단백질 쉐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식단을 철저히 지키지는 못하지만. 호텔 레스토랑에서 수백 억, 수천 억 가치의 투자자 미팅을 할 때 “저는 좀 덜 먹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아직 없는 데다가, 회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친구와 맛있는 파스타가 한 끼 먹고 싶은 날도 있으니. 그래서 나는 땡중마냥 우리가 사랑하면서도 조금은 미워해야 할 음식들을 내 몸에 피해를 덜 주면서 먹는 방법을 궁리했다.
미워해야 할 음식 먹기:
원칙
1. 신선한 채소, 어류, 또는 단백질 위주의 메뉴를 고른다.
중국집에 간다면 그래도 짜장면 대신에 마파두부밥,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면 파스타 대신에 농어 요리를 시키는 식이다.
2. 제거 가능한 지방이나 탄수화물은 제거하고 먹는다.
피자 크러스트는 버리고, 밥은 반 공기만 먹고, 튀김류의 기름은 키친타올로 흡수한다.
3. 염분을 줄인다.
국물 요리는 최대한 건더기만 건져 먹고, 소스류를 줄인다.
미워해야 할 음식 먹기:
실습
1. 라면
살찌는 게 걱정이라면 라면의 고열량이 가장 마음에 걸리겠지만, 사실 라면의 해로움은 그 성분에 있다. 라면의 면은 기본적으로 튀김이고, 뜨뜻한 라면 국물에는 그 튀김 기름이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라면을 먹는건 탄수화물 및 질나쁜 지방을 짜게 먹는 행위이다. 살찌고 여드름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을 먹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작은 사이즈의 컵을 먹거나 국물은 되도록 섭취하지 말자. 고소한 맛은 조금 덜하겠지만, 면을 한 번 우리면 나오는 노란 빛의 기름찌거기 국물을 버리고 새로 물을 부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면 안의 질 나쁜 기름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고, 칼로리도 훨씬 줄어든다.
2. 버거
버거의 양 빵중 한쪽 면은 버리고 먹는다. 너겟은 휴지 사위에 끼워 살짝 두드리면 기름을 쏙 빼고 먹을 수 있다.
3. 떡튀순
짠 음식. 게다가 떡볶이는 탄수화물 덩어리다. 순대는 간을 섞어서 달라 하고, 나름 단백질이라 생각하면서 먹는다. 튀김만은 먹지 말자고 되뇌이지만 포크가 이미 김말이에 얹혀 있다면 딱 그것 까지만.
4. 모듬 곱창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음식. 먹는 날이면 몸이 걱정되어 잠이 안 오는 음식이다. 내 몸의 지방을 줄이려고 그렇게 노력하는데, 동물 내장 지방을 먹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나는 그 중에서도 지방이 알알이 낀 대창을 가장 좋아하는데, 내 몸을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다면 쌈을 싸 먹자. 먹으면서 찬물은 삼가고, 먹고 난 뒤에는 따듯한 물을 계속 마셔 주어야 한다. 고깃국이 식으면 지방이 굳어서 둥둥 더 있듯, 섭취된 지방이 찬 물과 닿아 몸 속에서 굳어버리면 신진 대사에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