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운동이 나를 바꾼 방식

체중 감소,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 완성, 척추 교정 등의 뚜렷한 목적이 없는 운동은 때로는 사치로 여겨지기도 하고, 자기관리의 훈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운동인’에게 운동은 일상적 종교나 다름없다. 그들은 왜 매일같이 자신의 종교를 성실하게 실천하게 되었을까?

나와 내 주변의 운동인들은 운동이 주는 자신감 향상에 중독된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운동을 통해 얻은 자신의 체력에 대한 믿음과 성취감이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희멀겋고 말랑한 몸에서, 누가 봐도 탄탄한 몸이 되어가면서 스스로 계획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은 갖가지 색깔로 가득 채워진다. 

‘아, 하기 귀찮아’, 했던 일들은 ‘일단 해 볼까’가 되고, 실제로 그것들을 해낼 수 있게 된다. 20kg 가량의 짐을 짊어진 배낭여행이 고되긴 하겠지만, ‘해볼 만한’ 선택지가 되는 것처럼. 그래서, 삶을 온전히 누리며 풍성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마땅히, 자연스럽게 운동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운동은 삶의 철학을 바꾼다. 

다음은 내가 운동을 하면서 겪었던 생각의 변화들이다.

첫째, 운동은 내 몸을 온전한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여러 번의 관계를 거치며 연인의 몸을 구석구석 잘 알게 되는 것처럼, 운동을 통해 근육을 다듬어 가다 보면 자신의 몸에 있는 근육의 모습과 구체적인 양태를 알게 된다. 내 몸의 추한 곳, 검은 곳, 구겨진 곳, 환상적인 윤기로 반질거리는 곳, 단단한 곳, 부드러운 곳, 잘 변하는 곳, 또는 잘 변하지 않은 곳 구석구석을 알게 되면서 나는 운동을 통해 친밀해진 내 몸을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몸이 매여 있는 사회적 결박을 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뱃살도, 거뭇한 겨드랑이도, 늘어난 가슴살도, 내가 잘 알고 있는 나의 몸이므로. 더 이상 "내 몸은 전쟁터(My body is a battleground)"가 아니게 된다.

둘째, 젠더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한국이기 때문에 오히려 도드라지는 현실적인 장점이라고도 하겠다. 내가 ‘남성적인 특성’을 취득함으로써 – 생수통쯤은 나도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는 것 등 – 사람들은 나에게 ‘여성’으로써의 기대를 줄였다.

몸에 힘이 생기면서 물리적으로 언제 위해를 가할 지 모르는 ‘남성’의 눈치를 보는 생존형 위선에 드는 에너지도 줄었다. 남성의 폭력 행사가 실제적이든, 실제적이지 않든 일상에서는 항상 그들로부터 느끼는 위협이 살아 숨쉰다. 지하철에서 나를 훑어보는 시선에 대항했다가 되려 맞는 위협,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그에게 한 대 맞는 위협, 택시기사가 길을 이상하게 틀었을 때 느끼는 성폭행과 납치에 대한 위협. 그 위협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은 주변 남성의 관계와 상관 없이, 그들의 기분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남성과 육체적인 능력이 비슷해진 후엔, 그 위협에 대한 상상과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게 됐다.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내가 믿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형태와 방식으로 온전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운동은 당신을 바꾼다. 정말로.

나의 몸이 변화하면서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바뀌었고, 내 자아는 한결 성장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운동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 매력에 당신도 반하기를 진정으로 기대하며, ‘몸과 정신은 곧 하나’라는 기조 아래 나의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16.10.13 16:54 발행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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